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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min Oct 21. 2017

Laparotomy, Laparoscopy, Robot

실습 일기

본과 2학년 때에는 외과 수업을 적게 듣는다. 적은 외과 수업 시수가 분과별로 나누어져 있어 2학년이 끝난 이후 외과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요즘 수술이 개복이 대세인지, 아니면 복강경인지 몰랐고, 로봇 수술은 신기술이라서 많이 배우지 않아 1년에 몇 case 없는 줄 알았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 의무기록) 아이디를 받은 후, 수술명들을 보았을 때 laparoscopic~, robot assisted~라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로봇 수술을 그래도 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laparoscopic'의 뜻을 처음에는 몰랐고, 뜻을 검색해본 후 복강경 수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느꼈다.


Laparotomy, 개복


수술의 이름은 방법, 부분, 장기로 써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Laparoscopic subtotal gastrectomy 같은 경우는 복강경, 아전(대부분), 위절제술로 나눠 분해한 뒤 복강경식 아전위절제술로 해석할 수 있다. 복잡한 수술명도 순서는 비슷하게 따라가는데, 수술명 중 흔히 쓰는 약자인 PPPD는 'Pylorus-preserving pancreaticoduodenectomy', (앞에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개복, 유문보존, 췌장과 십이지장 절제술로 분해하고, 유문보존췌십이지장절제술로 해석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이면 laparoscopic PPPD, 로봇 수술이면 robot assisted PPPD가 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수술은 거의 다 개복으로 할 줄 알았다. 드라마들이 대부분 개복 수술을 다루었다. 수술을 직접 참관한 뒤 드는 생각이지만, 복강경보다는 개복이 드라마에서 사용 가능한 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함해서 그럴 것이다. 실습 내용을 기억해 보면 복강경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은 환자가 복강경 수술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복강경으로 진행하고, 복강경으로 진행할 수 없는 수술을 개복으로 진행한다. 복강경으로 진행할 수 없으려면 의사 입장에서 치명적인, 혹은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수술 종류의 토의 결과만 본 드라마 작가들은 극적인 요소들이 들어있는 개복 수술로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Laparoscopy, 복강경


복부에 세 부분을 절개하고, 그 부분들에 복강경을 위치하여 진행하는 수술이다. 1978년에 부인과 수술, 1980년에 충수돌기절제술, 1985년에 복강경하 담낭 절제술이 이루어졌다. 40년도 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지금은 외과 의사로서는 필수적으로 익힐 수술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후로도 혁신은 이어졌다.


Single port laparoscopy, 단일포트 복강경


교수님은 외래 중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셨다. "힘들게 오셨으니 특별히 구멍 세 개를 뚫고 하지 않고 하나만 뚫어 드릴게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적용이 꽤 되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한 복강경 수술이 가격이 비싸고 비급여인 로봇 수술보다 선호된다. 흉터를 줄이고 싶고, 수술비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단일포트 복강경 수술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다. 물론 학생 입장에서도 단일 포트로 수술을 하는 것을 참관하면서 멋있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운동 범위를 심하게 제한하고서도, 복강 내 절제 부위를 꿰매는 것까지 해내고 수술을 빠르게 마치는 장면은 중독성이 있기까지도 하다.


Robot surgery, 로봇 수술


이제까지는 주치의가 환자 옆에 붙어 있었다면, 이제 주치의가 로봇 수술을 통해 환자로부터 아예 떨어져서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로봇 수술은 수술명에는 보통 robot-assisted라고 써져 있다. 로봇 기기가 크고 거대하기 때문에 로봇 수술을 위한 수술실이 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수술실 번호를 보고서 로봇 수술인지 미리 알 수도 있다. 의사가 앉아있는 조종간이 여러 대 있어, 학생은 조종간에 앉아 교수님과 같은 시야를 공유하며 참관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 약 2.5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흉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실습생의 입장에서는, 수술 시간이 길었긴 하지만 앉아서 편안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았다. 


복강경 외과 수술의 대중화는 80년대, 혹은 90년대에 이루어졌고, 로봇 수술은 90년대 후반 시작되어 2000년대에 대중화가 되었다. 현재는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로봇 수술기로 이익을 얻기 위해 로봇 수술기를 가진 대학병원들은 하루 종일 로봇 수술실을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한다. 과연 나는 내가 전공할 분야에서 발전하는 학문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 혹은 질질 끌려다니고 있을까. 전공을 정하려면 이런 쪽으로도 생각을 해야 한다니, 과를 선택할 때의 고민이 점점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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