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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20. 2016

레버넌트

묘하게 들어맞는 앙상블.

이냐리투의 영화는 대부분 플롯을 간단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막연한 하나의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엮어서 늘어놓는데,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는 '아...' 싶다가도 막상 보고 나면 뭘 봤는지 모르는 것. 그래서 기예르모 델 토로/알폰소 쿠아론보다 상대적으로 덜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작년의 버드맨이 좋았던 건 그래서였다. 앞선 영화와 달리 어깨에 힘을 푼 채로 뭔가 경쾌하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는 인상을 받아서. 물론 원테이크에 가까운 흐름에 넋을 놓은 것도 있다.

레버넌트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대체 왜 이들이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지, 이 이야기의 기승전결이란 것이 있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사실 영화의 구성이,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담을 만한 사건의 발단까지만 선형적이다. 뒤부터는 지리한 여정을 둔 채 에피소드의 나열이다.

그런데 그 빈 틈을 절묘하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메꾼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 반이고, 저런 식의 전개라면 분명 지루해 할 법도 한데, 계속해서 레오의 얼굴을 카메라에 서리가 낄 정도로 클로즈업하고 있자니 엄청난 몰입감이 드는 것. 물론 아카데미를 향한 레오의 엄청난 집념이 작품 외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지난 버드맨도 그랬고, 그래비티도 그랬고, DP인 리베즈키를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이냐리투 영화에서의 리베즈키는 거의 이 영화를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냐리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전체가 자연광을 쓰다보니, 뭔가 더 차분하고 어두침침하다. 초반부터 카메라가 위를 향하거나, 극도로 인물에 클로즈업을 하거나, 원경을 넓게 부감으로 잡거나 하는 식으로 일관하는데. 자연광을 최대로 받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건가 싶긴 하다.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찍다 보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받아들이게 되면서 갑갑하고 불안한 인상을 가진 채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장황하게 쓰긴 했는데, 어쨌든 눈에 보여지는 영상은 정말 장대하고 미려하다.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솔직히 그 아내 귀신은 너무 뜬금없고 대체 하는 것도 없이 무엇을 위해 떠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냥 '죽음'을 그냥 거적데기 처럼 갖다 붙여놓고 '마술적 사실주의' 이러는 건 아니었기를 바라고. 심지어 점박이 말을 탄 원주민 선지자가 나오는 부분에선 실소하기도 했다.

돌비 사운드가 갖춰진 롯데시네마 G Flex 관에서 봤는데, 버드맨 때와 같이 이번 영화에서도 퍼커션이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되려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또 현악 위주로 날을 세우고. 신기했던 것.

P.S. 그래서 오스카는 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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