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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24. 2016

브루클린

Home is where you root yourself down.

브루클린을 보는 내내, 더블린 기네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구석에 쓰여져 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았다. 'Home is not where you live, but where they understand you'였는데, 약간 다르지만 크게는 비슷한 맥락에서 이 영화도 결국 '집/고향'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에일리스'는 언니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고,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신기한 것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영화를 나누었을 때 영화의 중심에서 에일리스가 가지는 전반적인 태도다. 사실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오기 전, 그리고 미국에 갓 왔을 때의 에일리스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

모든 사건이 시작되기 전,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의 에일리스는 상당히 소극적이고 깊숙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느낌이다.

물론 몰개성하고 모두에 대해 시시콜콜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작은 마을에 환멸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이 마을에 자신의 자리가 오롯이 없다는 점에 불안해하고, 미국행을 알리고 나서도 식료품점 주인의 한마디에 전전긍긍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은 미국 생활 초반부에 향수병과 더불어 극대화된다.

이러한 불안감이 사그라드는 것은 결국 낯선 환경으로의 적응으로, 같은 고향을 공유하지 않은 이탈리아 이주민과의 관계, 그리고 에일리스 자신이 새로운 목표(대학교육)를 향해 도전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장. 자신이 나고 자란 아일랜드, 그리고 자신이 오롯히 한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자리를 내린 미국 사이의 대립이 나타나는데. 마치 올가미 덫 처럼 스멀스멀 죄어오는 상황에 반응하는 시얼샤 로넌의 연기가 일품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오롯이 독립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일어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도 볼 수 있고, 'Nature vs Nurture'와 비슷한 맥락에서 집, 혹은 삶의 터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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