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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y 01. 201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야기.

세밀하게 조직되었지만 구심점이 빈약한 구조물.

어쩔 수 없이 앞서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과의 비교를 간단히 하고 넘어가자면, 꾸준히 이야기를 쌓아 올려온 덕에 이야기가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다. 영화 자체는 (심지어 마지막 8부 능선에서 이야기에 부스터를 달기 위한 도구 마저도) 상당히 비슷한 느낌인데, 이쪽이 더 정갈하다.

다만 이 점이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는데, 마블의 메인스트림 스토리 영화가 이제 템플릿화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작 부분에서 크게 이번 영화의 문제 제기를 하고, 차후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나 잠재적 해결 방안을 소위 '떡밥'의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이다. 큰 이야기 흐름을 손쉽게 관객에게 주입시키려는 전략이랄까.

이미 이러한 방식을 학습한 관객 입장에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것을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와일드카드의 등장과 치고 받는 농담으로 해결해 왔다. 그리고 어벤져스 멤버라는 큰 틀 안에서 이걸 담당했던 건 전자의 경우 블랙 위도우, 후자는 아이언맨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언맨은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캡틴 아메리카의 대척점에서 그 분위기를 받아내야 하는데, 캡틴 아메리카 인스톨먼트의 분위기는 좀 냉전스럽고, 묵직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받아내는 것이 스파이더맨인데, 이게 의외로 괜찮다. 자칫 심심할 뻔 했던 공항 액션을 살린 것이 톰 홀랜드의 스파이디였으니까.

블랙 위도우는 좀 아쉽다. 이미 스탠스도 정해졌고, 순간순간 튀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궤도를 원점으로 돌려 큰 흐름을 유지시키기 위한 역할에 불과한 느낌.

물론 캡틴 아메리카 영화이긴 하지만 시빌 워의 경우 스케일이 커서 모든 어벤져스가 등장하는 영화가 되어버렸는데, 언뜻 보면 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의 대립에 스칼렛 위치의 이슈가 끼여있는 형세의 영화.

다만 스칼렛위치를 두고 벌어지는 사안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뭉뚱그려 표현되는데, 이게 좀 아쉽다. 1) 이해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공포와 통제, 그리고 2) 그 힘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주권국가 간의 문제로 증폭시키는 과정에 있는 게 완다 마시모프의 캐릭터인데, 그 이슈가 도드라지질 않으니 이야기의 동력 자체가 구심점을 잃고 후반부에는 심지어 전혀 다른 양상이 되어버리는 것.

스칼렛위치와 블랙위도우의 행동이 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심지어 스칼렛위치가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며 하는 대사가 가관.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신경 쓰겠다'는 입장은 무책임한 걸 떠나서 앞서 자신의 내적 갈등을 싸그리 무시해버리는 태도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히어로물에서 유독 남성중심적인 서사가 매우 심한데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인물들이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플롯 상 주요한 전환기에 여성들이 있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큰 범위에서 관점의 대립을 보여주면 그 안의 세밀한 그림을 블랙위도우/스칼렛위치가 그려나가는 형태.


P.S. 자막은 정말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의역을 넘어서 뭉그러트린 번역이라고 해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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