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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13. 2019

Mientras dure la guerra, 2019

스페인을 떠받치는 가장 큰 가치에 대해

https://www.imdb.com/title/tt7818580/

프로파간다 영화가 될 것 같아서 반신반의하며 들어갔는데 미겔 데 우나무노와 프란시스코 프랑코 모두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내서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살라망카 대학교 교환학생을 했던 터라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살라망카의 이곳저곳이 그대로 배경으로 등장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프랑코를 다루는 방식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프랑코 ‘장군’의 면모보다는 주변의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해서 상대방을 역으로 이용하는 간사한 전략가의 모습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군부’의 모습은 되려 그의 오른팔인 미얀 아스트레이 장군이 보여준 듯 하다(Eduard Fernández의 연기가 너무 무섭다).


무엇보다도 미겔 데 우나무노라는 인물을 통해 스페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장 신경 써서 표현하는 구간은 크게 두 구간인데, 물론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미겔 데 우나무노의 살라망카 대학 연설(Venceréis, pero no convenceréis로 대표되는)이고, 또 다른 순간은 뜬금없이 엄청난 편집과 장엄한 스코어로 잡아내는 미겔 데 우나무노와 살바도르 빌라의 언덕 논쟁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들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대치되는 과정 또한 미덕으로 생각하는구나’

우리는 토론이라는 것이 어떠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은 결국 대치 상태이고 그 대치 상태를 종결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크게 생각지 않고. 반면 영화는 그 토론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미겔 데 우나무노를 축으로 한 편으로는 '학자로서의 스페인 내전에 대한 입장 표명'에 대해 제자 살바도르 빌라와의 토론이, 다른 한 편으로는 '살라망카 대학 총장으로서의 사회 현상에 대한 관여와 자연인(개인)으로서의 사회 현상에 대한 관여'를 두고 딸인 마리아와의 토론이 벌어지고.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스페인에 살면서 느낀 것은 '정말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명확한 결론을 두고 중언부언하는 것만 같아서 당최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왜 그런 결론이 났는가'에도 충분한 관심을 두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보통 '이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하고 결론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자신의 결론을 내세우기에 바쁜데, 이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을 온전히 납득시키기 위해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근데 또 작금의 스페인 정치/사회 상황은 또 지 할 말들만 하고 있어서... 딱히 이런 것 같지도 않지만).


미겔 데 우나무노는 반군 세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입장을 보이고, 자신의 기고문이 프랑코 세력의 프로파간다로 이용되는 상황에서도 '결국 바보 같은 싸움이며 곧 정상 상태를 되찾을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는 결국 폭력이 자신의 주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나서야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후회하는데, 미겔 데 우나무노의 변절을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성에 대한 신뢰 때문에 발생한 실수로 에둘러 묘사하는 것도 같고.


미겔 데 우나무노와 미얀 아스트레이와의 대치가 최근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과도 맞물려서 묘한 울림을 준다.

Vencer no es convencer, y hay que convencer sobre todo. Pero no puede convencer el odio que no deja lugar a la compasión, ese odio a la inteligencia, que es crítica y diferenciadora, inquisitiva (mas no de inquisición)....
Venceréis, pero no convenceréis. Venceréis porque tenéis sobrada fuerza bruta, pero no convenceréis porque convencer significa persuadir.
정복은 납득시킴이 아니며, 모든 것은 상대방을 납득시킴으로써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감의 여지를 주지 않는, 비난하고 차별하려 끝없이 심문하는 지성에 대한 혐오로는 납득을 이룰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정복하겠지만, 설득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대들이 가진 과도하게 격렬한 완력을 통해 정복은 하겠지만, 납득은 결국 설득을 의미하기에 납득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미겔 데 우나무노의 마지막 연설에 소름이 돋아서 입을 틀어막을 정도였는데
다른 스페인 사람들은 거의 대놓고 눈물바다였다.
스페인 현대사 이야기 보면서 이렇게 펑펑 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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