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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ug 26. 2017

발레리안과 천 개 행성의 도시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처음에 발레리안과 천 개 행성의 도시라고 얼핏 들어서 저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이름이 발레리안인 줄 알았다...


각설하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건 20년이 지나서 뤽 베송이 다시 '제5원소'를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이야기의 배경이나 스토리의 전개 방식부터 주제의식까지 그대로 '제5원소'와 동일했다. 굳이 그 큰 돈을 들여서 다시 만들었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디테일한 아이디어들을 보는 재미로 러닝타임은 금방 지나간다. 특히 리아나 캐릭터가 등장하고 나가는 과정이 의외로 깔끔하고, 특히 퇴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해당 캐릭터의 무정체성과 엮여서 약간의 울림을 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소소한 디테일과 볼거리에 휘둘린 정신을 다시 차려서 영화를 복기해보면 플롯이 상당히 밋밋하고 굳이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플롯을 논리적으로 이어서 설명하려는 노력따위는 하지 않으며, 되려 이를 덮기 위해 액션의 텐션을 끊임없이 쥐락펴락 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결국 '그냥 그런 이야기겠거니' 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그냥 받아들이면 충분히 즐거운 영화이다.


정신없는 액션에 비해, 인물들의 관계는 정말 볼품 없다. 특히 남녀배우, 그 중에서도 데인 드한의 연기는 섬뜩할만큼 어색한데, 이는 배우의 문제라기보다는 뤽 베송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이 감독의 영화 속 '성애의 표현'은 약간 이상했는데,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묘한 액체의 미끄러운 질감과 어우러져 두드러지지만 그게 그냥 '외계의 신비' 정도로 여겨지고, 남녀간의 애정행각이라는 것 자체가 영화에 없거나(루시, 제5원소) 약간 기이하고 어색한 방식(레옹)이다.


하지만 결국 다시 드는 생각은 '굳이 제5원소를 왜 다시 만들어야 했나'라는 의문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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