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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Nov 30. 2019

예술하면 굶어 죽기 딱 좋다는 말: 만국 공통의 이야기

그리고, 역시 전국적인 현상인 문화계의 높은 정치 의존도

며칠 전 엘 빠이스(El País) 신문에 ‘레드 카펫과 실직자 대기줄을 나누는 가느다란 선’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관련 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약 9천 명의 배우들과 무용수들 중 43%만이 1 동안 꾸준히 일을   있었으며 이 중의 절반이 이 기간 동안 3천 유로(약 400만 원)의 수익을 벌었다. 전체 중 29%는 이 기간 동안 600유로(약 80만 원)를 벌었으며 오로지 2.15%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3만 유로(약 4,000만 원)의 수익을 발생시켰다.

부동산 시세를 감안했을 때 이들이 마드리드에 살았다면 생계를 간신히 유지했을 것

또한 2014 28%였던 문화 분야 실업률은 오르고 올라 2016년에는 57% 도달했다.


비단 예술계뿐 아니라 스페인의 총체적 실업률이 높기는 하다. 한국은 2018  3.8% 실업률을 기록한 반면 스페인은 같은 시기의 실업률이 14.3%였고  추세가 이어지는 .


그러나 예술계의 실업률이나 고용 불안정성, 그리고 사무직 노동자 혹은 일반 노동자들만을 고려하여 구상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스페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예술계의 정치 의존도

북부 오비에도(Oviedo)에서는 9월 개최 예정이었던 지역 축제의 21개 공연팀을 시청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관련 기사​).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기저기서 정권이 교체되었고, 이는 오비에도 시청에 우파 국민당(Partido Popular, PP)이 집권하자마자 발생한 일이다. 그리고 좌익 Más Madrid가 집권하다가 우익 국민당의 영역으로 돌아간 마드리드 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관련 기사​).

그러나 이는 전조에 불과했다

지금 이 순간 마드리드 예술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캔들은 좌/우의 대립이 아닌, 우파 내부의 갈등에서 발생했다.

우파 진영 3정당. 세상 모든 것이 쉽게 편가르듯 설명되지 않는다.

지난 총선은 마드리드 주 정부와 시 정부 모두를 우파 정당 세 곳(PP, Cs, 그리고 극우 Vox)의 연정 정부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구성된 내각의 문화부 수장은 마드리드 주 정부에선 시민당(Cs)이, 시 정부에서는 국민당(PP)이 잡게 되었는데.


마드리드 주립 극장의 친 국민당 감독이 주 정부를 장악한 시민당에 의해 갑자기 해임당했고,

시 정부를 잡고 있던 국민당은 해임당한 친 국민당 인사를 한 달만에 시립 문화센터의 감독으로 불러들인다.

이로 인해 이전 정부에서 공개 선발로 공정하게 뽑힌 시립 문화센터의 전임 감독들은 갑자기 해임 통보를 받아 들었다.

일련의 과정들은 공개 선발이 아닌 임의 임명이었다. 결국 정치권이 이 모든 과정에서 제멋대로 사람을 자르고 임명한 셈.

더욱더 아이러니했던 것은, 앞서 마드리드 주 정부가 친 국민당 인사를 마드리드 주립 극장(테아트로스 델 카날, Teatros del Canal)에서 쫓아냈을 당시 시립 문화센터(콘데 두케 문화 센터, Centro Cultural Conde Duque)의 감독들이 ‘정치 편향에 따른 문화계에 대한 일방적 인사 행정’을 반대하며 마드리드 주 정부에 제출된 문화계 인사들의 투서 서명에 참가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자신들이 옹호했던 인물에 의해서 쫓겨나게  .


이러한 상황은 우리 모두를 거대한 윤리적 딜레마에 몰아넣는다. 만일 신임 감독이 우리의 공연을 유지한다면, 신임 감독 임명을 반대한 입장을 따라 공연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할까?
“Esto nos pone a todos ante un dilema ético tremendo: si la nueva directora del centro mantiene nuestros proyectos en su programación, ¿deberíamos aceptar o renunciar, teniendo en cuenta que hemos criticado el relevo?”
- 하이메 바야우레 (Jaime Vallaure)
결국, ‘예술하면 밥 못 벌어먹고 산다’는 건 한국이건 스페인이건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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