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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Nov 21. 2019

Rosalía라는 이름의 태풍

그리고 라틴음악과 플라멩코 음악의 범주에 대한 논란

예전, 스페인 팝 음악에 대한 짤막한 글을 쓰며 로살리아(Rosalía)라는 이름의 가수를 언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pseudonysmo/45

2018년 말 첫 앨범 Mal Querer를 발표할 때만 해도 스페인이라는 작은 찻잔 속 태풍이겠거니 했는데, 그 기세가 점점 커져서 라틴 그래미에서도 상을 여럿 타고, 급기야 북미의 2020 그래미 어워드의 ‘신인 아티스트’ 후보에 빌리 아일리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오르기에 이르렀다(관련 기사​).

지난 2019 Latin Grammy에서는 다섯 부문에서 상을 수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살리아를 둘러싼 여러 잡음들은 꾸준히 있어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문화 도용과 문화의 범주에 대한 논란이다.

플라멩코를 추는 까딸란 여성?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집시(gitano)들에서 비롯된 음악과 문화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소위 스패니시 기타에 맞춰서 박수(Palma)를 치며 추는 춤과 음악.


로살리아의 음악 또한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박수 리듬이 아주 두드러지며 심지어 그녀의 앨범 Mal Querer의 첫 싱글 Malamente의 뮤직비디오는 투우, 큰 트럭, 그리고 창녀 등 집시 문화를 연상시키게 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https://youtu.be/Rht7rBHuXW8

그런데 정작 로살리아는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지방(바호 요브레갓, Bajo Llobregat) 출신. 따라서 안달루시아를 기반으로 한 기존 플라멩코 아티스트들은 ‘웬 까딸라나가 우리의 문화를 훔쳐가서 그 해 최고의 플라멩코 앨범을 냈다’고 그녀를 맹비난한다.


이 논란은 계속 이어져, 결국 플라멩코의 거장 사라 바라스(Sara Baras)가 그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관련 기사​)

“비록 순수한 플라멩코를 하고 있지는 않으나 누구로부터 그 무엇도 훔치고 있지 않으며 다치게 하고 있지도 않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며 모든 형태의 예술을 위한 관객이 어디에나 있다. 내게는 많은 존중심과 예술적 감각으로 모든 것을 이뤄낸 훌륭한 여인으로 보인다.”
까딸란으로 부르는 플라멩코

Mal Querer를 지나, 그녀의 새로운 싱글 ‘Fucking Money Man’이 공개되었다(흡사 ‘포켓몬이네’로 들리기도 한다). 수록곡 ‘Millonària’를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스페인어를 순간 잊어버린 줄 알았다. 그리고 이윽고 깨달았다. 노래 전체가 까딸란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https://youtu.be/eQCpjOBJ5UQ

수록곡 두 개가 연이어 하나의 뮤직비디오로 되어 있다.

당연하게도,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정점이고 그와 연루된 정치범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노래는 큰 반발과 함께 ‘스페인 주류 음악계에서 카탈란으로 된 노래를 듣게 되는 것이 매우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동시에 얻게 된다.

내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있는 반면, 로살리아 는 내가 과연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인지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플라멩코가 과연 라틴 팝일까?

이후 로살리아는 제이 발빈(J Balvin)과 함께 꼰 알뚜라(Con Altura)라는 곡을 릴리스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공할만한 히트를 친다!

https://youtu.be/p7bfOZek9t4

결국 이 싱글에 힘입어 로살리아는 스페인 팝 음악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되고 급기야, 2019 라틴 그래미에서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서 세 부문의 상을 거머쥔다.


물론 라틴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수상한 스페인 아티스트가 로살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레한드로 산즈(Alejandro Sanz), 아이따나(Aitana) 등의 다른 아티스트들도 있었고 전자는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와 듀엣을 이룬 Mi Persona Favorita로 올해의 레코딩 상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하게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상을 가져가면서 다시 논란이 생긴 것.

플라멩코 기반의 음악을 하는 스페인 아티스트가 과연 라틴 팝 아티스트일까?

엄밀히 ‘라틴문화권’이라는 것만 보자면 스페인이 빠지고, 미국 남부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아예 플라멩코 기반의 팝인 Mal Querer가 아니라 레게톤 리듬이 섞인 Con Altura로 수상했다면 이 정도의 반발이 있었을까 싶기도.


어쨌든, 로살리아가 지금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컨템퍼러리 팝 아티스트임은 분명하다. 그와 동시에 ‘안달루시아에 뿌리를 둔 플라멩코 음악에 기반한 음악을 계속 내는 카딸루냐 출신의 라틴 팝 가수’로써 가장 광범위한 팬층에 어필할 수 있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며칠 전 총선 이후에는 극우정당 Vox를 대놓고 저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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