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팝 음악 시장
그 노무 플라멩코, 플라멩코, 플라멩코!
스페인의 팝, 그러니까 스페인에서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팝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크게 할 말이 없기는 한데, 스페인의 자국 팝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David Bisbal, David Bustamante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고, 그나마 활동한 가수들도 플라멩코에 그 음악적 뿌리를 둔 아티스트들 뿐이었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유로비전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했던 것은 손에 꼽고(자료를 찾아봐야겠지만 1번 혹은 2번 정도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음) 월드 팝 분야에서도 차라리 중남미 출신의 아티스트(Carlos Santana, Maná, Luis Miguel 등....)들의 존재감이 더 컸던 것이 사실. 2010년이 되어서 Pablo Alborán이나, Álvaro Soler 같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당장 마드리드의 디스코테카(클럽이 아니라)만 가봐도 영미권 팝과 중남미의 레게톤(....)으로 덕지덕지 누벼진 디제잉 신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페인의 고질적인 문제는 "플라멩코 팝"을 벗어나질 못한다는 것인데, 위에 언급된 Pablo Alborán도 그렇고 그냥 라틴 팝, 혹은 일반적인 팝에 가까운 David Bisbal도.... 대표곡은 Bulería....
https://www.youtube.com/watch?v=vUqYEh5gJ_c
이렇게 근근이 유지해오던 스페인 자국 팝 시장에
색다른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이었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스페인 팝 스타들은 사실, 국영 TVE(Televisión Española)에서 방영한 일종의 서바이벌 갈라 쇼, Operación Triunfo의 참가자들이었다. 이후 몇 차례의 시즌을 거친 뒤 시청률 부진으로 2010년대 즈음 캔슬된 이 쇼는, 2017년 10월 국영 La 1 채널에서 부활했고 이 리뉴얼 시즌의 참가자들이 스페인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91ZxY-Y-fc
예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지원자들이 합숙을 통해 매주 무대를 선보이고 국민투표와 심사위원들의 코멘트에 의해 우승자가 결정되는데, '17-'18 시즌에서 최종 우승한 Amaia Romero는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남자 친구 Alfred García와 함께 듀엣 발라드를 불러서 그 해 유로비전 콘테스트에도 출전하게 된다.
아무튼, 이 성공적인 리바이벌이 끝난 뒤, 우승자 Amaia를 비롯해 Aitana, Cepeda, Ana Guerra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2018년 개인 앨범들을 릴리스하면서 스페인 오리지널 팝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2018년 스페인 팝 씬 최고의 혜성은 이들이 아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ht7rBHuXW8
Rosalía라는 아티스트가 갑자기 등장해서 낸 Full-Length 앨범인 'El mal querer'의 등장으로 스페인 팝 씬이 2018년 말 크게 뒤흔들린다. 본인이 직접 작사/작곡을 해서 낸 이 앨범에서는 다시금(....) 플라멩코 리듬과 집시 문화가 강렬하게 등장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래서 이 앨범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만, 피치포크를 비롯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Rosalía는 Primavera Sound Festival과 심지어 글래스톤베리(!) 에도 참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위에 잠깐 언급되었던 유로비전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Operación Triunfo에서 참가자들이 선보인 오리지널 넘버 세 개 중 어떤 노래를 유로비전에 내보낼지에 대한 인터넷 투표가 있었는데, 사실 노래만 놓고 보면 더 신나고 강한 노래는 따로 있었음에도 이 두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의 힘이 기울었던 것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유로비전 우승도 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별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8oMEFgSoy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