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Jan 11. 2020

드디어 구성된 스페인 정부

정치가 아니라, 다수를 만드는 연합 게임일 뿐.

드디어 스페인 내각이 구성되었다.


일부 정치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월 4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주말 휴일 동안 강행된 내각 구성 협의(Debate de investidura) 끝에, 11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사회당(PSOE)의 당수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가 Unidas Podemos와의 좌파연정으로 총리에 등극했다.


반대표 165표, 찬성표 167표, 기권 18표로 아슬아슬하게 2 차이로 정권을 잡은 . 과반(176표)을 얻었어야 했던 첫 번째 투표에서 실패하고 단순 반대표 대비 찬성표 비교로 결정되는 두 번째 투표에서 선출된 결과만 보면 대체 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당선이 되었는지 답답하지만, 그 협의의 과정을 보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납득이 간다.

페드로 산체스는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정당과만 협력을 논했다

11월 10일 선거가 끝난 뒤, 산체스 총리가 접근한 정당은 두 곳이었다: Unidas Podemos와 ERC.


전자의 경우 4월 총선 이후에도 연정 논의가 있었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아 내각 구성이 수포로 돌아간 전력이 있었다. 따라서 좌파 정당의 전체적인 득표율이 하락한 지금의 정세에서는 PSOE가 필수적으로 Podemos를 잡아야 하는 상황. 하지만 PSOE Podemos 합쳐진 이후에도 모자란  10-15 의석을 ERC 통해 처리한 접근이 전략적이었다.


15석을 얻을 수 없다면, 그만큼을 무효로 만들 것

나는 당연히 과반의 찬성을 얻어서 1차 투표에서 곧바로 승부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더 큰 분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카탈루냐 정당보다는, 당 대표의 교체 이후 방향성이 애매해질 수 있는 시민당(Ciudadanos, Cs)의 10석에 기타 지역정당들을 추가로 포섭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는 Cs를 그대로 쓰루 한 채 카탈루냐 좌파 정당인 ERC(Esquerra Republicana de Catalunya)에 손을 내밀며 그들의 ‘기권’을 요구하는 노선을 선택한다. 애초에 1 투표에서 과반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것을 포기하고, 협상이 가능한 선택지 안에서 2 투표에서의 당선을 노린 . 어떻게 보면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확고하게 No를 유지해왔던 Cs를 Yes로 돌리려 시도하기보다는, 기권을 유지했던 ERC가 No로 돌아서지 않게 막는 것.
생각보다 복잡한 카탈루냐의 정세

카탈루냐 지방 정당은 크게 JxCat(Junts per Catalunya)와 ERC의 두 당파로 나뉘어 있다. 전자는 우파 정당을 표명하고, 후자는 좌파 정당을 표명한다. 처음에는 이 두 정당이 막연하게 카탈루냐 독립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뭉쳐진 집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만은 않았다.


JxCat은 ‘카탈루냐의 우파 정당’ 답게, 2017년 10월에 진행된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정당하며, 이를 기반으로 카탈루냐가 무조건적인 독립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ERC의 주장은 결이 약간 다른데, 이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독립을 추구한다. 지속적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autodeterminació(민족자결)’이라는 슬로건에서도 보듯 이들은 ‘17년 10월 독립 투표를 통해 스페인 중앙 정부와의 대화를 하고, 협상을 통한 독립을 얻으려는 성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 대표의 상황이 다르다
좌측이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부통령이자 ERC 당대표인 오리올 즁케라스, 우측이 전 대통령이자 JxCat 당대표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독립에 대해 전 총리인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가 헌법 155조를 발동시키며 지방정부를 해산시켰을 때, JxCat의 당 대표이자 당시 지방정부의 대통령이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Carles Puigdemont)은 헬기를 타고 스페인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 반해 ERC의 당대표이자 부통령이었던 오리올 즁케라스(Oriol Junqueras)는 붙잡혀 투옥되는데, 이때부터 ERC 실질적인 리더가  대변인 가브리엘 루피안(Gabriel Rufián) ‘오리올 구출작전 시작된다.

이쯤되면 거의 연애 수준이다
ERC 결국 즁케라스를 꺼내기 위해 어쨌든 PSOE 협력을 해야  필요가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기권표를 제공하게  .
결국 페드로 산체스의 취임에 가장 ‘역할을  것은 Podemos였지만, 가장 ‘결정적인역할을  것은 ERC였다.

비록 내각 구성 토론회에 앞서 카탈루냐 독립 관련 정치범(위의  인물)들이 체포 당시 EU 의회 국회의원이었으므로 면책권이 있다고 판단한 EU 중앙법원의 판결 발표에 따라 PSOE-ERC 연합이 흔들리는 듯도 했지만, 결국 ERC 기존과 마찬가지로 기권을 택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tvboy는 정부 구성 직후 페드로 산체스와 가브리엘 루피안이 손잡고 뛰노는 작품을 공개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페인의 연말연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