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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Feb 04. 2020

스페인 남부 자동차 여행 (1)

말라가, 그리고 푸에블로 블랑코

스페인의 12월 첫 주는 휴가가기에 매우 좋은 주이다. 스페인의 제헌절(12월 6일)과 성모축일(12월 8일)이 연달아 있는 주이기 때문. 심지어 2019년은 법정공휴일 수 확보를 위해 일요일이었던 8일의 휴일이 월요일로 당겨져서 금요일(12월 6일)부터 월요일(12월 9일)까지 이어지는 나흘의 휴일이 주어졌다.

이 휴일에 친구와 나는 스페인 남부를 자동차로 여행하기로 했다.
순수하게 운전만으로 15시간 반이 걸리는 경로

친구가 가고 싶었던 곳(Barrios blancos, Trujillo, Cádiz)와 내가 가고 싶었던 곳(Málaga, Cádiz, Mérida)를 합쳐서 루트를 만들고 나니, 스페인을 사분면으로 나누자면 3사분면을 크게 도는 루트가 완성.

스페인의 고속도로, 이렇게 좁을 일인가?

6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우리는 친구의 차에 짐을 싣고 길을 나섰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차는 그렇게 많지 않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운전을 해도 차선이 넓어지지 않는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아니나 다를까,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에서 갑작스레 안개가 끼자마자 정체가 시작되었고, 이윽고 우리는 사고현장복구차량에게 길을 내기 위해 갓길로 차를 잠시 틀어야 했다. 응급차량에 양보를 제깍제깍 해주는 문화가 있기에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어야 했을까.

다행히, 중간의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 구간을 제외하면 날씨는 화창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피카소의 도시, 말라가

장장 6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도착한 말라가는 생각보다 더 번창한(?) 도시였다. 세비야나 그라나다를 포함한 여타 안달루시아의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던함을 뽐냈던 곳. 중심가에는 힙해 보이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아주 많았고, 차들도 아주 많았다.

피카소의 도시답게 해변가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도 좀 구경하고

하지만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카이샤 재단과 협력하여 Caixaforum 문화센터를 만들고 개관 기념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뮤지컬 코러스라인(Chorusline). 올해 스페인의 대종상영화제 같은 고야상(Premio Goya) 역시 말라가에서 열려서 행사의 폐막 공연으로 일부를 선보이기도 했다.

http://www.rtve.es/alacarta/videos/premios-goya/premios-goya-andreu-buenafuente-silvia-abril-despiden-gala-goya/5492920/

말라가를 대강 훑어본 이후, 우리는 푸에블로 블랑코(Pueblos Blancos)로 향했다.

사실 나는 말라가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나 유명한 곳을 이야기 하면 '거기는 있을 가치가 없다(No merece nada)'는 말을 하는 친구 덕분에....
계곡 사이 위치한 하얀 마을들, 푸에블로 블랑코

지브롤터 위에 위치한 그라잘레마 국립공원 (Parque natural de la Sierra de Grazalema) 근처에는 푸에블로 블랑코(Pueblo Blanco, 하얀 동네)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들이 약 12개 정도 위치해 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이 곳은 하얀색으로 회칠된 벽과 갈색 처마를 가진 집들이 즐비한 곳.

우리는 그 중 세테닐 데 보데가스(Setenil de Bodegas)와 올베라(Olvera)를 방문했다.

대략 이런 느낌의 집들이 있다.

세테닐 데 보데가스가 그 중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동굴 사이에 저런 집들이 위치해 있었던 것.

평소에는 버스/기차/비행기로 직접 연결되는 곳들만 다니다가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보니 이런 곳들도 방문할 수 있구나 싶어서 내심 자동차 여행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후에 야간 운전으로 카디스를 가느라 그 생각은 곧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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