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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r 06. 2020

넷플릭스 드라마 엘리트들(Élites) 속 스페인

개인적으로 스페인어권에서 론칭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는 '엘리트들(Élites)'을 제일 별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즌 2에 와서는 굳이 저렇게 이야기를 발전시키는지 모를 순간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눈이 가는 배우가 그다지 없다.

코로나 19의 창궐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넷플릭스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보다 지쳐 결국 이 드라마의 시즌 2를 마저 보기에 이르렀는데, 투박하고 전면에 등장하는 직유들이지만 스페인의 사회구조가 그 안에 나름 녹아들어 있는 듯했다.

라스 엔시나스(Las Encinas): 대체 이 학교는 어디에 있는가?
실제 촬영지는 Universidad Europa de Madrid의 Villaciosa 캠퍼스라고.

실제 촬영지는 Universidad Europa de Madrid의 Villaciosa Campus 건물이라고 한다. 번듯한 교복도 있고, 멕시코 대사 영애를 비롯해서 고위층의 자녀들이 다니는 이 학교의 극 중 위치를 굳이 생각해보면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포수엘로 데 알라르콘(Pozuelo de Alarcón)이 아닐까 싶다. 많은 외교관들이 여기에 위치한 맨션에서 거주하고, 마드리드의 아메리칸 스쿨(American School of Madrid)이 위치한 곳도 이곳이니까.

환영받지 못하는 아랍인

건축회사의 부실공사로 인해 라스 엔시나스에 오게 된 3인방.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무엘/크리스티안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바로 등장하는 것은 교칙에 의해 히잡을 벗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 나디아였다.

북아프리카에 세우타(Ceuta)/멜리야(Melilla)라는 두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스페인은 모로코에서 유입되는 아랍인/무슬림들이 꽤 있는 편이다. 편의점이 없는 스페인에서 24시간 열며 식료품 등을 파는 가게(Alimentación)를 운영하는 두 축이 중국인과 아랍인들이기도 하니까(반면,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은 파키스탄 이민자들이 많다). 실제로 나디아 가족들도 극 안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한다.

극우 정당은 여기에 이민자를 막는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에 이르고.

북아프리카에서 유입되어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동시에 스페인의 만성적 경기침체로 인해 이들에 대한 적개심도 커지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무슬림 문화 유입을 뿐 아니라 무슬림 이민자 2세(1.5세)의 문화 갈등을 나디아 가족 구성원을 통해 보여준다(성소수자, 개방적인 문화 등).

다만, 결론이 이슬람 문화를 억누르거나(히잡을 벗는 나디아) 개인을 억누르고(커밍아웃 후 가출하는 오마르) 두 문화가 평행선을 그리는(나디아/구즈만의 관계 공개 후 아버지의 반응)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쉽다.
후작, 공작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곳

엔시나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중에는 후작의 딸인 까를라(Carla)도 있는데, 여느 유럽 국가들과 같이 스페인도 왕족/귀족이 있다. 연예 잡지(¡Hola!, Corazón 등)에는 연예인들의 사진뿐 아니라 이들의 사진들도 등장하고..

왕족을 둘러싼 비리도 상당한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현 펠리페 6세의 자형인 이냐키 우르당가린(Iñaki Urdangarin)이 가담한 6백만 유로 횡령 사건(Caso Nóos). 현재 우르당가린은 구속된 상태인데 2019년 에는 모범수(....)라는 이유로 매주 외출을 나가며 심지어 크리스마스/새해에는 나흘의 외출을 허가받기도 해서 내게 충격을 선사했다.

외출을 허가한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당초 3-4일 정도였던 외출을 일주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선왕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사우디 아라비아로부터 약 10억 유로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는 둥 자잘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독 말투가 달라서 시선을 사로잡던 시즌 2의 나르코 바비

시즌 2에서 등장한 새로운 인물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나르코 바비' 레베카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의 말투. 아무리 걸쭉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엔시나스의 아이들이어도 기본적으로 마드리드/카스티야 억양을 명확하게 구사하는 친구들이다. 레베카는 사용하는 단어들도 그렇고 -ado를 -ao라고 발음하는 건 예사고 para tí 를 pa'tí로 화끈하게 줄이는 등 스트릿 토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미니드레스를 입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첫 등장부터 파격적인 스타킹을 보여준 뒤 네온 재킷을 보여주며 클럽에 들어서질 않나. 대사를 툭툭 던지는 걸 듣고만 있어도 묘하게 상쾌해진다.

복권에 당첨되어 엔시나스에 입학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역시 마약 거래로 번 돈들.

한 가지 여기서도 아쉬운 것은, 스페인으로의 마약 유입이 대부분 북부의 비스카이 만을 통해 갈리시아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인들이 마약 유통에 가담한 것 같은 신을 굳이 넣었다는 점. 이 신을 제외하면 시리즈 전체에서 중국 마피아가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없으며 중국인들이 등장해야 할 이유 조차 없다.

결국 무슬림/아시안을 성실히 표현해내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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