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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y 07. 2020

에마(Ema, 2019)

모든 사회 질서를 무너트리는 화염방사기 같은 영화

올해 1월 스페인에서 이미 극장 관람을 하였지만, 5월 1일 MUBI에서 하루 동안 무료 공개가 되어 칠레 출신의 감독 파블로 라라인(Pablo Larraín)의 영화 에마(Ema)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미 2019년 가을 즈음부터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주변인들의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주로 '레게통 뮤직비디오를 굳이 극장에서 보아야 하느냐'는 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레일러는 주연 배우 두 명의 관계만을 간략히 설명한 뒤, 주연 배우 마리아나 디 히롤라모(Mariana Di Girolamo)의 레게통 댄스 시퀀스로만 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고편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영화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1분 30초만으로는 영화의 메시지를 완벽히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

영화는 크게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제도가 가진 편견에 저항하는 시도'를 모티프로 삼아서 주인공 에마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하나씩 체크해 나간다. (그 자신이 스트릿 댄스 안무가임에도) 레게통 문화를 무시하는 가스통, 이성애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회 제도, 그리고 일부일처제로 구성되는 전통적 가족 구성 방식을 강요하는 규범. 영화가 이뤄낸 가장 큰 성취는 이 모든 요소들을 꺼내보이면서도 관객이 빠짐없이 이해하고 큰 거부감이 들지 않게 공감하게 만들며 작품 자체적으로도 깔끔한 만듦새를 보여주는 데 있다.

촬영도 훌륭해서, 해 질 녘 그들의 시간을 맞이하며 에마와 친구들이 실제 칠레 도심을 돌아다니며 춤추는 광경과 초반부 현대무용 공연 장면도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진짜 적당하다는 느낌이고 칠레 전경을 잡는 카메라와 그 색감도 묘하게 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 영화에 깊숙이 파묻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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