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May 13. 2020

제73회 칸느 영화제의 미래?

스페인 엘 빠이스(El País)지 티에리 프리모 인터뷰 전문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당초 오늘(5월 12일) 개막을 알려야 했던 칸느 영화제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필름 마켓의 경우 6월 중 디지털 포맷을 통해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고, 우리나라도 전주영화제의 오프라인 개최가 취소된 만큼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 영화계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엘 빠이스(El País) 지 소속 영화 평론가 그레고리오 벨린촌(Gregorio Belinchón)이 칸느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리모(Thierry Frémaux)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결국 올해 깐느 영화제의 '상영'은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식으로, 소위 이동형 칸느 영화제를 개최한다는 것.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영화제 취소'를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고집쟁이 할아버지의 억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기사 전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토요일 아침, 리옹 외곽에 있는 시골집에서, 5월 말 영화계의 거물로 거듭난 칸느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툴린스 출생, 59세)가 전화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월요일부터 리옹의 집으로 이동하여 가족들과 함께 격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계속 업무를 이어나갈 계획" 그는 인스티튜트 뤼미에르의 관장으로써 뤼미에르 형제들의 작품을 보존하는 업무 또한 담당하고 있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현재 영화 산업에서 가장 주요한 의제를 제시하는 동시에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답변, 반응 그리고 수완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가끔씩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35년 전부터 매년 이 시기는 칸느에서 보냈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화요일인 오늘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의 73번째 개최가 치러졌어야 했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벌써 확언했다: 2020년에 라 크로아셋(칸느)에서 칸느 영화제는 개최되지 않을 것이다.


Q: 현재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

A: 우울증이 깊이 들어섰다. 당신도 분명 그러할 것이며, 산업 전반이 그러할 것이다. 칸느는 단순히 업무, 혹은 축제가 아니다. 칸느 영화제는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는 설렘, 바다를 바라보고, 친구들을 만나고, 햇빛을 즐기는 설렘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많이 그리울 것이다. 실제로 이미 그리움이 자리 잡았다. 화요일 즈음이 되면 나의 경우 물리적인 부재까지도 느끼게 될 것 같다. 극장 상영, 영화들의 반응, 심지어 악평들까지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악평들에 대해 분노했지만, 지금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깐느는 매년 영화가 살아있는 예술임을 선보인 바 있다.


Q: 판데믹으로 인해 영화를 소비하는 형태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가?

A: 반대의 경우를 상상해보자. 만일 컴퓨터 바이러스가 모든 디지털 상영을 끝장내고 영화관 밖에서는 그 어떠한 이미지도 보지 못하게 될 경우. 분명히 우리는 (극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플랫폼의 두 달을 이어가고 있다. 플랫폼을 소비해온 두 달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플랫폼은 텔레비전일 뿐이다(칸느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직접 유통되는 작품들을 상영하지 않는다). 그 둘은 전혀 다르지 않다. 플랫폼들을 통해 우리는 영화, 픽션을 소비한다. 우리는 픽션이,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벌써 125년을 이어온 영화의 역사를 경험했고, 영화관에서 영화들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나는 그 반대를 믿는다. 물론 (영화관을 통한 영화의 소비가) 위험한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젊은 층들 사이에서 문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형태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판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질문이 주어진 셈이다: 시청각 교육, 영화관에 대한 보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변화할 양태 등... 일 년 중 칸느 영화제 시기야말로 세상의 중심에 영화가 놓이는 시기이며, 우리가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두 주 동안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Q: 계속 2020년 깐느 영화제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어떻게 될 것인가?

A: 개최 취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개최 취소는 쉬운 해결책이며 만일 그랬다면 사람들을 버리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생명력을 유지한 채로 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물론 역병으로 인한 비극이 벌어졌지만, 이윽고 미래의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2020년의 칸느 영화제를 세 단계로 나누었다: 첫 단계는 5월 말 혹은 6월 초에 공식 선정작을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경쟁 부문, 비공식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을 분류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보다 약 12개 적은) 약 50개 정도의 작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가 사랑하고 지지하고자 하며 만일 영화관이 개장한다면 7월부터 내년 3월까지 극장에서 상영될 작품들이다. 몇몇 작품들의 경우 2021년의 칸느 영화제를 기다리기로 결정하였지만(분명히 어떤 작품인지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레오스 카락스와 폴 버호벤의 신작인 것으로 추정), 디지털 플랫폼에서 공개될 작품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해한다. 플랫폼들이 돈을 가지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들은 돈이 필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디지털 필름 마켓으로, 6월 22일부터 업계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개최될 것이다. 마켓의 경우 디지털에서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나에게 있어 온라인 영화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영화제라 볼 수 없다. 언론들이 대체 왜 그러한 표현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영화들은 디지털 최초 공개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의 경우 다른 곳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해 넷플릭스를 선택한 경우이므로 약간 다르다. 공식 선정작과 필름 마켓이 칸느 영화제를 움직이는 두 다리이다.


Q: 세 번째는?

A: 6월 중순 중으로 칸느 밖에서 칸느 영화제를 기념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순회 칸느 영화제(Cannes itinerante)가 될 것이다. 우리의 작품들이지만 다른 영화제와 영화관과 함께할 것이다.


Q: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혹은 베니스와 같은 A급 영화제가 여기에 포함될 것인가?

A: 물론이다. 현재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과는 구체화 중이다. 올해만 예외적으로 칸느 영화제에서 선정된 작품이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 부문에 들어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가을에 개최되는 베니스와는 공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함께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며 이는 8월에 우리가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베니스가 과연 여느때와 같은 영화제가 되어 비엔날레가 개최될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팽배할 것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Q: 칸느 영화제의 개최 취소는 없을 것이 확실한가?

A: 그렇다. 누가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1939년의 첫 번째 영화제를 제외하고 1946년부터 이러한 상황은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험 비용은 매우 높으며 정상적인 행사를 진행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또한 크다. 다행히도 후원자들이 있겠지만 분명 보통때보다는 더 적은 수준으로 후원이 이뤄질 것이다.


Q: 주요 영화제들이 함께하는 We are one 온라인 축제에서 칸느 영화제는 이전 영화제의 마스터 클래스들만 공개할 예정인가?

A: 로버트 드 니로의 아이디어 자체에는 동의하며, 좌담회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Q: 지난 주 프랑스 예술 영화관 연합이 마테오 가로네의 피노키오의 상업화(아마존 프라임 상영)에 대한 반대 성명을 강한 어조로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프랑스 배급사(Le Pacte)가 영화관 상영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만큼 나에게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아마존이 투자한 부분도 있다. 최소한 그 돈이 있다는 것이 다행인 것이, 오늘날 영화계로 돈이 전혀 유입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Q: 깐느 영화제에서 스페인 영화가 더욱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우선 스페인 영화와 남미 영화를 프랑스에서 프로그래밍했던 호세 마리아 리바(José María Riba)에게 애도를 표한다. 칸느 영화제는 스페인 영화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다. 비록 깐느에서 스페인 영화의 존재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스페인 영화계는 베니스를 선호하는 전통이 있다. 어쨌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경우는 깐느를 통상 선택하기는 한다. 프랑스 영화관에서 스페인 영화의 존재감은 최근 증가하고 있으며 훌륭한 작가 반열에 오르는 새로운 창작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깐느에서 반영하고자 하는 나의 주된 목표 중 하나다.


Q: 작년의 깐느 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이후 오스카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상징적인 일이 일어났다.

A: 매우 훌륭했지만, 비록 부당한 비판으로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2018년의 깐느 영화제가 비판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19년의 깐느 영화제의 과감함이 2018년 깐느 영화제의 과감함에서 어느정도 비롯되었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영화제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의 족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많은 감독들이 온라인 플랫폼과 작업하는 상황에서 미래는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들은 영화의 신화가 필요하며, 그들의 클래식한 영화 작품들 탓에 유명 감독들에 눈독들이고 있다. 전통적 영화의 중요성은 거기에서 발생한다. 영화관을 보호하는 것이 곧 플랫폼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의 정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두 시스템이 공존하는 미래가 있을 것인가? 물론이다. 티비에서 우리는 이미 그러한 공존을 보지 않았나.

새로운 세대에게 큰 화면의 마법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마(Ema, 20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