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저생계급여' 시작.
코로나 사태 장기화 속 스페인 상황, 그리고 대응책
지금까지 약 240,000명의 확진자와 27,000명 정도의 사망자를 기록한 스페인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최소한 상승세를 멈춘 것으로 보인다. 5월 11일부터 스페인 정부는 순차적 지역별 봉쇄 완화를 시작했고,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10명 이하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허용되고 영화관과 극장들은 약 30% 정도의 입장객들을 받기 시작했으며 노천카페/바 또한 영업을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 악화
스페인 정부가 집계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발생한 실직자는 250만 명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0배 규모. 주가(IBEX 35)는 곧바로 22%가량 급락했고, 여전히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르노/미쓰비시와의 협력 등으로 인해 재조정 과정에 있던 닛산은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를 결정, 대규모 실직을 직면하고 있기도.
가장 타격을 입은 건 관광업이다. GDP의 12%를 차지하는 이 부문은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직격탄을 받았고, 스페인은 4월 외국인 방문객과 외국인 관광 소비가 0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확실해진 지금 상황에서 여름휴가까지 사라진다면 스페인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 코로나 경제 정책의 두 축: ERTE와 최저생계급여
ERTE: 강력한 노동법 덕을 본다 싶다가도, 행정 지옥의 악명 앞에서는 결국.
3월 말, 전국 대상 봉쇄가 시작되던 시기에 스페인 정부는 기업/노조와의 협의 끝에 ERTE(Expendientes de regulación temporal de empleo)를 승인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재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기업들이 대규모 인원 감축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6월 30일까지 이어질 예정. 물론 실직자들에게는 정부가 실업수당을 제공하나, 악명 높은 스페인 정부의 행정 절차와 약 50만 명 이상 발생한 대규모 실직자가 만나 실직자들이 혜택을 받는 데 고통스러운 시간이 걸리기도.
최저생계급여: 약 85만 가구에 월 460유로-1,000유로의 주거보조비 제공
현 총리인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가 Podemos당과 협력하여 이끌고 있는 중도 좌파 연정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최저 생계 급여(ingreso mínimo vital)였다. 전 국민에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제공하겠다는 것. 당초 임기 후반부에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곧바로 최저생계급여 제도를 추진한다.
1인 가구에 제공되는 최저 지원금은 461.5유로. 내가 살던 마드리드의 부촌 살라망카(Salamanca) 지구에 위치했던 50제곱미터 원룸의 월세가 950유로 정도였으니, 생각보다 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삶이 아닌 생존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그것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한 달을 오롯이 살지 못한다면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현 정부의 성취가 아니라 이러한 제도가 가능토록 노력한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
좌우 진영 모두에게 지지받는 최저생계급여, 와중에 여전히 답 없는 극우정당 Vox
집권당 PSOE에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온 우파 진영의 PP, Ciudadanos당도 약간의 이견을 보이기는 하지만 최저생계급여 제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극우 정당 Vox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이유로 목소리 높여 반대중.
다른 유럽 연합 국가들에 비해 최저 소득에 대한 보장이 부족(전무)했던 스페인의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 운용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동시에, 팬더믹 위기 속 잉여 소득의 재분배에 대한 생각도 든다. 기술 발전이 노동자들을 계속 대체하고 고용 불안정이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계 혹은 IT 인프라로 발생하는 부가 가치가 충분히 사회 전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이 잉여 수익들에 대한 처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