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Aug 01. 2021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여러 단체/협회들 사이에서 공공부문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순간.

세상에는 많은 조합과 협회들이 존재한다.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또한 대부분의 산업 참여자들이 프리랜서 형태의 개인으로 이루어진 문화계에서 조합/협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큰 것 같고 공공부문에서도 정책 조언을 듣는 데 있어서 정리된 하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편리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다양한 단체들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공공부문인데, 지나치게 이익단체의 주장과 의견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특히 영역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공모사업 혹은 보조금을 통해) 공공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화 분야이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들을 접수받아 사업의 방향을 잡는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순수하게 업계의 발전을 위한 제안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영위해 온 집단의 이익과 헤게모니를 우선시하여 제시된 의견인가?

그렇기에 다양하게 접수되는 의견의 사회 정치적 맥락을 파악하고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고, 더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공공부문이 오롯이 독립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요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근본적인 고민은, 이익집단을 통해 의견 행사를 하는 참여 방식이 이미 과거의 방식이라는 데서 시작한다. 이미 의견을 드러내고 표출하는 채널은 다양해졌고, 산업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상황들도 다변화되었기에, 하나의 솔루션으로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다. 물론 기관 입장에서 의견 수렴 채널은 동일하지만 그 채널에 대한 홍보가 광범위하게, 새롭게 진입하는 인력들에게도 알려져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또한 고민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가능한 한 다양한 입장을 포용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늘, 내가 파악한 범위가 모든 플레이어들을 아우르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세대를 발견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시류에 걸맞은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조합과 협회들 그 너머의 요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