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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11. 2021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결국 사람이 해야만 하는 일.

"어려운 사람들 지원하는 사업 하시는 건데,
규정에 얽매여서 칼 같이 쳐내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 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자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또 다른 한 편으로, 경쟁 공모 과정에서는 이런 항의도 자주 듣게 된다. "엄연히 규정과 규칙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모두 어려운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모두의 사정을 봐가면서 예외를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드려야 할까요.

'공정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단순히 사업의 목표와 수혜대상을 설정하고 기준에 맞추어 조항을 만들고 다듬어나갈 수는 있지만, 세상은 0과 1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생각보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든 변수를 고려하다 과도하게 복잡해지는 체계로 인해 도리어 정책 수혜자들에게 혼란만 일으키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찾게 되는 것이 '단서 조항'이다. 문서 내에 명시되지 않은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밝히고 단서 조항을 인용하며 나름의 근거를 쌓아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

규정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규정을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쓰인 문구는 중립적이지만, 그 해석은 절대로 가치중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해석은 규정의 혜택을 입고자 하는 사람에 최대한 우호적일 수도, 혹은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해석은,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알고리즘 혹은 (과정을 알 수 없는 자가학습과정으로 업무를 습득한) 기계에게 쉽사리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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