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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05. 2021

무엇이 필요하든, 그것을 위한 가게(-ería)가 있다

대형마트보다는 개별 가게를 찾는 스페인 사람들

자동차 키 건전지가 떨어져서 새로 사야 했던 때가 있었다.

까르푸(마트) 가서 하나 사야겠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했더니 태연하게 ‘Ferretería(철물점) 라고 하는  아닌가. 이것도 가게가 따로 있구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일하면서 알게 된 북튜버(Book-tuber)도 영상을 보면 항상 종이책을 사서 읽은 것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영상 제작을 위해서 부러 종이책을 읽는 건가 싶었는데 매년 책 축제(Feria del Libro)에서 오만 종이책들을 파는 부스들을 보고 있자면 확연히 종이책 수요가 아직 있구나 싶다.

스페인어에는 ‘-ería’라는 어미가 있다.

쉽게 설명하면 ‘(무엇 무엇)을 팔거나 제공하는 가게’라는 뜻인데, 그래서인가 무언가를 사기 위해 하나의 공간(주로 대형마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스페인 친구들은 ‘그 물건을 파는 가게’를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과일(fruta)은 ‘과일가게(frutería)’에서 사고, 책(libro)은 ‘서점(librería)’에서 사고.

한국에서의 ‘원스탑마켓/서비스’에 대응하는 건 차라리 백화점인 것 같다. 일단 가면 웬만한 건 다 있는 ‘엘꼬르떼잉글레스’…

매 번 그렇게 각각의 가게를 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는데 친구는 ‘그 물건을 파는 데에 가서 사는 게 맞지 않아? 물건도 믿을 만하고’라고 대답했다. 마냥 놀고먹기에 급급하다고 생각했던 스페인에도 나름의 직업의식과 장인정신이 있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렇게 다른 소비습관 덕에 스페인의 골목상권이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내 친구들은 프리막(Primark)에서 옷을 사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배송시키며, 까르푸나 메르카도나에서 식료품을 사는 것에 익숙했던 친구들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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