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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Dec 15. 2021

시청각법으로 다시 대두된, 스페인의 공용어 보호

스페인은 카스티야어(castellano)라고 불리는 ‘스페인어’ 외에도 여러 공용어(idiomas cooficiales)를 가지고 있다.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에서 사용하는 갈리시아어(gallego), 북부 바스크 지방과 나바라에서 사용하는 에우스케라(euskera), 아스투리아스의 아스투리아노(asturiano), 동부 키탈루냐에서 사용하는 카탈란(catalán), 마지막으로 발렌시아에서 사용하는 발렌시아노(valenciano)도 존재한다.

스페인의 언어지도.

프랑코 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카스티야어가 스페인 전역을 지배하는 언어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은 스페인의 언어적 다양성은 문화유산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헌법은 공용어와 지역 문화를 보호하고 사용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용어의 보호를 둘러싼 갈등은 스페인 사회에서 간간히 드러나는데,
최근에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두고도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스페인 내의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는 제공 콘텐츠 중 최소 6%를 공용어로 제공해야 한다’는 법령의 적용대상에서 다국적 플랫폼이 제외된 데서 시작되었다. 소위 시청각법(La ley audiovisual)으로 통칭되는 법을 두고 카탈루냐 정당들이 ‘다국적 플랫폼까지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내년도 예산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

상대적으로 일원화된 스페인의 영화/시각 영상 '산업'

지방자치제도가 잘 성립되어 있고, 꾸준히 개최되는 지역문화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듯한 스페인이지만 유독 영화를 필두로 한 시각 영상예술은 특유의 ‘산업성’ 때문인지 카스티야어와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매년 주목받는 스페인 영화들은 대부분 그 지역을 특정할 수 없거나 마드리드인 경우가 많고, 지역의 특성도 유머의 소재로 쓰이거나(Ocho apellidos vascos의 경우) 북부를 배경으로 한 마피아 범죄물처럼 장르화 될 뿐.

무엇보다, 카스티야어가 아닌 공용어를 쓴 작품이 주류의 관심을 받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드라마에서는 TV3에서 방영했던 Merlí가 거의 유일하고, 영화에서는 몇 년 전 갈리시아어로 찍은 ‘O que arde’ 정도?

카탈루냐 방송 TV3에서 방영하여 큰 인기를 끈,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메를리(Merlí)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지역색은 주로 방언을 통해 소비되는 듯하다. 주로 장르화 된 범죄영화에서 전라/경상도의 방언이 사용되고, 천진난만한 일탈의 공간에서 간간히 강원도의 방언이 사용되는 것처럼. 그리고 심지어 ‘지슬’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제주어는 거의 사라진 것만 같다.

애초에 다른 국가의 연합체로 시작해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스페인과, 단일민족 신화의 환상 속에서 급속한 성장으로 열화 된 서울/수도권 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국.
두 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고 위안을 삼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보다 지역의 색이 더 옅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지역 문화에 대한 보존과 연구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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