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Feb 24. 2022

잔잔하던 스페인 정계를 갑자기 덮친 드라마 (1)

중도 우파 정당 Partido Popular의 당 대표를 둘러싼 단판승부

 대표가 자신에 버금가는 지지를 받으며 마드리드 주를 이끄는 정치인이 동생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며 공격한다. 이에 그녀는 그러한 저격을 부정하지 않으며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은 맞으나 모두 합법적으로 진행된 거래이며 도리어 자신이 속한 정당이 몰래 자신을 염탐했다며 피해자임을 주창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놀랍게도 스페인 대중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녀를 옹호하며 주말 동안 당사 앞에서 당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다!

모든 혼돈 속에 당 대표는 마드리드 주 수반을 만난 뒤 '그녀의 해명이 이해되었다'는 알 수 없는 입장을 표명하고, 흔들리는 그의 입장에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당 대표의 즉각적 사임을 요구하는 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은 뒤, 그의 측근이 사임한 직후 당 대표는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 대표직을 간신히 유지한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

보통 총선이 진행되고 한 달, 심하면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토론을 통해서 총리를 뽑는 나라인 스페인에서 일주일 만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즉각적인 결과가 보도되는 것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대체 국민당(Partido Popular, PP)의 당 대표 파블로 카사도(Pablo Casado)는 누구이며, 엄청난 뻔뻔함과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그를 몰아낸 마드리드 주 지사인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Isabel Díaz Ayuso)는 또 누구이며, 도대체 왜 이러한 격변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거기에 앞서, 지난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스페인이 한창 covid19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21년의 4월, 마드리드 주 정부는 한 업체를 통해 마스크를 구매하여 공급한다. 당시 코로나 특례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 입찰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 업체를 지정하여 150만 유로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이 업체는

마드리드 주를 지휘하던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의 오랜 고향 친구가 운영하던 회사였고

마드리드 주의 거래는 이 거래만이 유일하며

단순 직물 거래만을 업종으로 삼았으며 이 거래를 앞두고 보건용품 거래 업종을 등록하였다.

또한, 다른 거래와는 달리 마드리드 주 홈페이지에는 이 거래의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온라인 매체 eldiario.es의  보도였다. 이렇게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직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데 더 나아가 이 업체는 이후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의 남동생에게 월급을 지급한다!

당 대표인 파블로 카사도는 이 보도를 바탕으로 검찰에 조사를 요청했고, 현재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는 과정에서 당 차원에서의 감시와 염탐이 있었다고 아유소는 강력하게 주장했고 놀랍게도 스페인 대중과 PP당 소속 의원들은 당 대표를 몰아내게 된 것.

어떠한 멘탈리티를 가져야만, 명확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공직과 당직에 남겨두고 도리어 비리에 대한 공정한 처분을 요청한 당 대표를 내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PP당은 대체 왜 파블로 카사도를 내치는 결정을 한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전자투표 실수 한 표로 통과된 스페인의 노동 개혁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