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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Feb 27. 2022

잔잔하던 스페인 정계를 갑자기 덮친 드라마 (2)

'지배하지 않는 지도자'인 파블로 카사도(Pablo Casado)

2018년 봄, 스페인의 언론은 모두 중도우파 국민당(Partido Popular, PP)의 당 대표 경선에 주목했다. 단순히 당 대표 경선을 하는 데 왜 다들 이렇게 이목을 집중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지난 서너 번의 경선(Congreso del PP) 내용을 보고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지난 15년 동안, PP당 대표 경선에는 단 하나의 후보만 존재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당 대표를, 2011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총리를 역임한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PP당을 거의 20년 동안 지배해온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가 카탈루냐 독립 투표의 강경 진압과, PP당 전체를 뒤흔든 Caso Gürtel의 여파로 제기된 불신임안(Moción de Censura)으로 퇴임하게 되자, 당 대표의 자리도 내려놓게 되며 거대한 권력의 공백이 생긴 것. PP당은 역사상 거의 최초로 6명의 당 대표 후보가 난전을 벌이는 경선을 치르게 되었고, 그중 단연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즈나르(José María Aznar)의 적자' 파블로 카사도(Pablo Casado)와 '라호이(Mariano Rajoy)의 직계' 소라야 사엔즈 데 산타마리아(Soraya Sáenz de Santamaría).

결국 둘은 2 최종 경선에서 맞붙었고, 역시 라호이 총리 불명예 퇴진의 여파가 있었던지 1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의 당내 지지 세력을 모두 가져가며 파블로 카사도(Pablo Casado)  대표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새로운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장악하지 못하는 리더

현 정부의 양성평등부 장관인 이레네 몬테로(Irene Montero)는 파블로 카사도에 대해 짧게 설명해달라는 인터뷰에서 '그 무엇도 지휘하지 못하는 리더 아닐까요(Es un líder que no lidera nada, ¿no?)?'라고 대답했다. 1981년생, 30대의 젊은 나이로 유서 깊은 중도우파 정당의 대표가 된 그는 '젊은 기운을 가진, 정파를 따지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는 새로운 PP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표류하는 지도자가 되고 말았다.

새로운 PP를 만들겠다며 Génova 길에 위치해 있던 정당 본사를 옮기겠다고 한 선언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론은 Génova로 PP당을 부르고 있다.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라호이 전 총리의 대처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애매모호한 줄타기를 계속해 왔다. 결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극우정당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서 다른 입장을 보이며 결국 Vox에 휘둘리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말았다.

파블로 카사도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진중한 이미지를 위해 기르기 시작했지만 'Vox의 당 대표를 따라 했다'는 조롱만 들은 수염뿐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이후 파블로 카사도 휘하의 PP당은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앙 정계는 불신임안의 반향으로 PSOE와 Unidas Podemos와 같은 좌파 진영, 그리고 ERC, PNV, 심지어 EH Bildu와 같은 강경한 지방정당의 연합이 이미 굳건하고, 우파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에서 집권세력의 반대 방향에서는 극우정당의 마라 맛 메시지에 밀려서 대중에의 소구력을 잃어버린 채 표류해버린 것.

그리고, Vox의 마라 맛에 버금가는 강력한 메시지로 무장한
정치가가 PP당에 혜성처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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