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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10. 2022

NATO 전후의 급격한 전개: 스페인-북아프리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NATO 정상회담 이후, 모두의 관심은 NATO가 러시아(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중국까지)를 위협으로 지목하고, 전통적인 형태의 군사적 대치뿐만 아니라 정보전까지를 언급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크게는 새로운 두 개의 국가가 회원 가입을 신청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 또한 주목한 것은 'Southern Flank(Flanco Sur)'라고 명시한, 지중해 연안의 남부 지방에 대한 안보 강화에 대한 결의였다. 지중해 연안 국가인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유럽과 잇는 관문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지정학적인 위치 상 스페인은 중동보다는 북아프리카에 더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이유는:

천연가스 등의 자원 상당수를 알제리로부터 수입하는 동시에,

모로코에 위치한 스페인령인 Ceuta와 Melilla를 관할하고 있으며,

직접적으로 유입되어 오는 이민자(불법이건 합법이건)들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오랫동안 식민지로 삼고 있다가 철수한 서 사하라(Sahara Occidental)의 소유권을 두고, 알제리와 모로코는 첨예하게 소유권을 다퉈왔다. 

구글 지도에서 보이는 서사하라, 솔직히 모로코에 더 가깝지 않나....?

스페인은 지금까지 중립 외교를 유지하며 2002년 이후로 체결한 알제리와의 협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왔고,, 경제적인 실익(가스 수입)과 인도주의적 가치(불법 이민자와 관련한)를 고려하며, 사하라 사막을 두고 적대관계에 위치한 두 국가(알제리와 모로코)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이어오고 있었다. 

사실 EU 내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독일과 프랑스는 모로코와 협력을 시작한 지 좀 되었다. 스페인 만이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는 식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심지어 몇 달 전에는 사하라 사막 내에서 모로코 정권을 상대로 무장독립투쟁을 벌이는 '폴리사리오'의 수장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스페인 내에서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NATO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6월에
이 균형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5월 즈음 '서 사하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안정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이라는 이유와 함께 모로코 정부의 정당성을 들어준 스페인 정부는, 연정 정부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Podemos 정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로코와의 협력을 시작한다. 알제리는 거센 반발과 함께 유럽으로 향하고 있던 가스관 공급을 포함, 스페인과의 협력을 일시에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고, 스페인과 북아프리카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NATO 정상회담 직전, 모로코 내에 위치한 스페인령 멜리야(Melilla)에서 스페인으로의 이주를 시도하는 이민자들을 모로코 경찰이 강경 진압하여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연히 인권운동가들과 각계에서 모로코 정부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자세한 상황과 이미지를 몰랐다(고 나중에 변명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해당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bien resuelto)'고 발언하여 해당 이슈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나, 엘 빠이스(El País(와의 인터뷰 막바지에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장황하게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는(원리원칙에 입각한 원론적인 대답과 지난 정권으로부터 이어진 만성적인 문제를 당 정권에서 최대한 해결해 왔다는 매우 정치적인 대답) 총리도 대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섭게 문제의 핵심을 제기하며 총리의 해답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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