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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Sep 25. 2022

펜이 칼보다 강하기는 한 건지.

그리고, 펜이 가진 힘 자체가 신뢰할 만 한 건지.

푸틴이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분을 꾸준히 유지하며 시작된 사실상의 전쟁은 거의 반 년을 넘어가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만 같았던 푸틴도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내부의 반발을 맞닥트리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와 기적이 아니라면 여전히 전쟁은 이어질 것만 같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민투표 또한 이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만 같다.

지금 총선을 치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극우 아젠다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스페인 극우 정당의 캠페인에도 참가했던 정치인이 갑자기 본인이 '중도 우파'로써 우파 연합을 이끌겠다고 주장하며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얻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쉽게 바뀌고 신뢰 또한 그렇게 말 한마디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그 뿐 만인가. 미국에서는 아직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고 있고, 우리나라도 '민간 이양'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규모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동안 사회가 합의해온 모든 정의들에 대해 새로운 브랜딩을 입히고 마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들여오는 것처럼 특정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시도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더 절망적인 것은 체제라는 것이 너무도 굳건해서, 국제사회와 UN이 아무리 러시아를 규탄하는 발언을 낸다 해도 러시아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송유관 통제로 인해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보도되지만, NATO를 통해 군비를 아끼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원을 공급받아온 유럽이 국제 사회에서 위선적인 태도를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언급이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흔히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들 하고,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고도 한다. 물리적인 권력보다 그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과 언변이 가진 힘이 강하고 그렇기에 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 그렇지만 최근 들어 나는 과연 펜이 칼보다 강하기는 한 것인지, 그리고 발언권의 영향력이 막대한 사람이 체제의 상단에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혼돈을 가중시키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펜이 누구에게 쥐어졌는지도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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