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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Oct 31. 2022

어느 망자의 날 이브에.

월요일은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을 받는 날이다. 퇴근 후 집에 와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난 뒤 운동을 하러 갔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는 질문을 건넨다.

오늘은 컨디션이 어떠신가요?

떨떠름하게 '괜찮다'라고 대답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약 0.5초 정도, 혹은 그 조차도 되지 않는 짧디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선생님은 좋다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늘의 운동을 시작한다. 여느 때와 같은 대화, 농담, 그리고 힘을 쥐어짜 내듯이 마무리 짓는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며 어째서 그 정적을 나는 오늘만큼은 의식했는지 곱씹어본다. 그 이유를 나는 그 정적의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정상적인 삶이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해서 여가를 누리는 것. 지난주와 그 지난주에도 반복되어온 생활이었는데 오늘만큼은 모든 것이 다르고 기이하고 비상식적으로만 보였다.

 '당신이 무심코 사는 오늘은 어제의 다른 이가 그토록 원했던 내일'
이라는 말이 이토록 잔인한 말이었나.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오전 10시.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뭉게뭉게 내 주변에 피어오를 때 나는 한우 50% 세일을 알량하게 받아보겠다고, 어르신들의 인파를 뚫고 기다리고, 줄을 서서 얻어냈다. 약 10만 원에 달하는 고기를 5만 원을 주고 봉지에 담아 돌아오는 길에 마치 이런 시장통은 처음 봤다는 듯이 가볍게 부모님과 전화 통화도 하면서. 집에 돌아와서야 깨달았다. 어느새 현실과 가상의 공기는 어제의 사건이 죄다 불태워버려 매연처럼 내 일상의 숨통을 막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량한 생활력은 왠지 모를 죄책감이 되어 추처럼 나를 가라앉혔지만, 관성이란 것은 무서운지라 나는 삶을 그대로 이어갔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나 사이 그 미세한 침묵을
의식했던 이유는 또 달리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바라보고 '괜찮다'라고 대답했던 그 순간, 오묘하게도 나는 '이 분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는 걸 느꼈다. 내가 사실은 괜찮지 않지만 상대방도 괜찮지 않을 것이 분명함으로 굳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리고 본인 또한 나의 이런 마음에 공감한다는 것. 비록 나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일지 모르나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느낀 것은 그것이었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간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어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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