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그리고 바티칸 투어.
불길함은 가족들이 스페인에 도착한 3.1일부터 시작되었다. 너무나 쾌청했던 스페인은 가족들이 오는 날부터 일순간에 강한 비바람을 맞이했고. 어이없게도 그들이 바르셀로나-세비야를 여행하러 간 사이 마드리드의 날씨는 너무도 좋았다.
그리하여.... 그들이 마드리드로 온 다음날 우리는 비에 대한 무지막지한 공포를 품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사실 오후 비행기를 탈까도 생각했는데....그래도 새벽 비행기 타고 가서 오전에 좀 숙소에서 쉬는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과감히 새벽 택시.
그렇게 도착한 로마는......사람이 너무 많았다.
장난이 아니고, 도시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많은 관광객’으로 바뀔 정도로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쨌든 관광지니까 사람이 많은 것은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우리는 72시간 짜리 로마 패스를 구입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대중교통을 많이 활용해서 이동할 것도 있고, 미술관을 많이 가고 싶었기 때문도 있었다. 솔직히 보르게세 미술관, 콜로세움만 보아도 본전을 로마 패스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보르게제 미술관을 미리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곳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그래서 그냥 돌아갈까도 했는데, 약간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돌아가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물어보니 바로 티켓을 끊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미술관은...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동안 로마를 돌아다니면서 받았던 미적지근한 인상을 한 번에 잊어버릴 정도로. 각 방마다 센터피스 역할을 하는 조각상이 있었고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천장화, 그리고 자칫 입체적인 조각상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진 벽화들.
그리고 바티칸 투어! 스페인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본 교회/성당들과 로마의 그것들이 확연히 다른 것이 있었다면 단연 더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온 천장과 벽을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들이 채우고 있는데, 이게 묘하게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그리고 나서 이 그림들이 거의 천년 전에 그려졌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 기분이 묘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