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쉬며
세 개의 도시 중 나는 피렌체가 가장 좋았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의 방식에 가장 잘 들어맞는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이런 저런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맛도 있었고. 뭣보다 음식이 좋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전망대’가 있었다. 로마에서도 뭔가 로마 시내를 바라보는 뷰 포인트가 있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높지 않은 언덕이었고, 하필 또 밤에 가서 그런가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피렌체 시청의 탑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과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야경은....너무나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정말 부랴부랴 갔는데, 사실 피렌체에 도착한 '첫 날'만이 유일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던 날이었다. 아무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려다가 문득 저 언덕이 생각나 동생과 해질녘-야경 순으로 전경을 담기 위해 부랴부랴 가서 가까스로 도착하니 언덕을 온갖 사람들이 빼곡히 채워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먹는 것도 가장 잘 챙겨먹었던 도시였는데, 다른 곳이 막연하게 피자/라자냐/파스타 일색이었던과는 달리 여기서는 티본스테이크, 샌드위치, 그리고 젤라또까지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을 먹으러 다닐 수 있었던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