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피렌체/베니스에 각각 사흘의 시간을 두고 다니는 동안 하루는 비가 오고, 그 다음날은 화창한 패턴이 반복되었는데, 이 패턴의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이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의 사이에 있어 하루를 온전히 그 도시에 쓸 수 있는 날이었다는 거였다.
그리고 심지어 마지막 도시 베니스에서는, Acqua Alta라는 현상 때문에 아주 물이라면 지긋지긋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건, 조수의 차이로 인해서 아침이 되면 베니스의 길거리 포석들 사이로 바닷물이 올라오는(.....) 현상이었는데, 그 덕분에 아침마다 산 마르코 광장에는 항상 호수가 생겨나 있었고 그 위에 나무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원래는 피렌체에서 피사를 방문하고, 베니스에서 부라노 섬을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엄마 체력 상 후자만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생각해보면 잘한 결정이었다. 부라노 섬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는데, 마을에 이렇다 할 식당, 까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부라노 섬 만이 베니스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것이었다.
사실 앞선 여행에서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만 않았어도 베니스를 견딜 수 있었을 지 모른다. 문제는 이미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와 빗방울들에 너무나도 질려 있었고, 베니스는 정말 '항상' 습한 곳이었다. 솔직히, 베니스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그 섬 전체가 물고기 모양이었다는 것. 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