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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여행 (1) - 프린지 페스티벌

무심코 본 트레인스포팅2에서 시작된 5일간의 여행

by Pseudonysmo

모든 것은 하나의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왜 유튜브 엠베딩이 안되는 것인가...

올해 초였나, 마드리드 VOSE 영화관에서 트레인스포팅2의 재개봉이 있어서, 아무래도 내가 좋아해 마지않던 트레인스포팅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보러 갔더랬다. 그런데 영화 중간에 렌튼과 스퍼드가 오르는 Arthur's Seat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전경이 너무도 좋아보였더랬다.


그래서 뭐에라도 씌인듯이 에든버러 행 비행기 티켓 값을 보기 시작했고, 얼떨결에 프린지 페스티벌의 막바지인 8월 마지막 주에 비행기 티켓을 끊고 말았다. 여기서 나는 중대한 사실 몇가지를 간과했는데..

영화는 Arthur's Seat까지 올라가는 장면을 점프컷으로 연결하였다.

영국은 (비록 여름이더라도) 날씨가 저렇게 쾌창하지 않다.

영국은 섬이고, 에든버러는 심지어 해안가에 위치해서 해풍이 심하다.

영화의 로케는 에든버러와 글래스고에 걸쳐있으며,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글래스고에 더 많이 위치해있다...


어찌되었건, 에든버러로 출발.

2018-08-25 13.06.57.jpg 에든버러 공항 앞에 있는 포토스팟

마드릿에서 출발하면서 반팔셔츠/반바지를 입고 갔는데, 에든버러 공항을 나서면서 의외로 햇살이 쨍하게 비쳐서 '오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왕복 8.5 파운드인 공항 트램 티켓을 끊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칼같은 바람이 들이쳤고....트램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내내 '어서 숙소 들어가서 긴 바지로 갈아입어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덜덜 떨었다...

일단, 나흘동안 돌아다니면서 든 생각은, 에든버러라는 도시 자체는 스코틀랜드의 수도답지 않게 상당히 작고 고즈넉한 '마을'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지반이 약해서인지, 아니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철도 없었고, 도로들도 그렇게 넓고 거창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약간 불편함이 있었다(정거장에 보이는 도착 예정 시간과 실제 도착 시점이 많이 다르다던지, 버스전용차선이 없어서 교통정체를 그대로 들이받는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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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거리 공연들을 끼얹으니, 도시 전체가 흥겨운 펍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려서 마음이 깔끔해지고 순수해지는 것만 같았다. 특히 Royal Mile을 따라 조성된 여러 베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성격의 공연들(스탠딩 코미디, 버스킹 공연, 아크로배틱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것만 봐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를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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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공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반응'하기 때문에 생기는 묘한 감동이 있다. 한 예로, 나에게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상징(?)처럼 추억으로 남은 공연이 있는데, 블루투스 기기를 통해 일괄적으로 음악을 틀어주는 헤드셋을 끼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에든버러 시내를 돌아다니는....집단이 있었는데, 뭔가 매일매일 필연적으로 한 번은 만나게 되고 그게 묘하게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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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나도 모르게 다가가서 1파운드, 2파운드 동전들 그리고 너무 좋은 공연의 경우 5파운드 10파운드 짜리 지폐까지도 술술 내면서도 그 값을 충분히 했다는 고마움이 든다.

2018-08-26 14.11.01.jpg 거리 공연은 비가 오는 날에도 계속 된다. 심지어 전기 앰프에 무선 마이크를 연결하는데 그 위에 우산도 안 씌우고...

한 편, 음식....은 예상했던 대로 정말 하잘것 없었는데, 그냥 마음 먹고 서브웨이나 Oink 버거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한 끼에 모든 것을 폭발하고자 그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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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me이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스타터+메인 디쉬에 와인을 한 잔 추가하니 순식간에 한 끼 식사가 46파운드가 되는 마법 같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음식마저도 맛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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