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빌리지, 칼튼 힐, 아서스 시트, 블랙포드 연못.
여행 준비를 하면서 '하이랜드 투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약간 했었다. 그렇게 자연을 좋아하지도 않고 도시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터였는데, 다들 스코틀랜드를 가면 네스호라던지, 아일 오브 스카이 같은 곳을 꼭 가야 된다는 말들이 많아서.
프린지 페스티벌 일정이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하이랜드 투어는 접고, 에든버러만 돌아다녔는제, 막상 해보니 괜찮았다. 유럽 지방 도시 같은 느낌이 많아서 나로써는 그 정도로만 해도 만족스러웠고. 대표적으로 좋았던 것이 공연 중간에 시간이 좀 떠서 방문했던 딘 빌리지(Dean Village). 시내에서 도보로도 20분 정도 남짓이라서 부담스럽지 않았고, 동네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냥 훅 다녀오면서 혼자 운치있게 걸어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여행의 도화점이 된 전망대. 에든버러는 화산지대 위에 생긴 도시라 그런지, 전망대 같은 느낌의 화산지형이 두 곳 존재한다. 그리고 에든버러 궁도 언덕 위 구 시가지(Old town)의 중심부에 존재해서 도시 내 어디에서나 보이기도 하고.
프린스 스트리트(Princes Street)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칼튼 힐(Carlton Hill)이 아무래도 큰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전망대여서 일단 가봤는데, 아서스 시트(Arthur's Seat)와는 달리 숲이 시야를 가려서 좀 탁 트인 느낌은 덜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여행의 모든 원흉(....)이었던 Arthur's Seat에 다음날 도전하게 되었는데.
막상 도착해서 두리번 대다가 내 앞에 두 사람이 길 안내 표지판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앞에 넙대대한 언덕배기가 있어서 '오 저 정도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저들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갑자기 깎아올린듯한 언덕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거의 북한산 등산하는 느낌으로 한 30분 정도를 걸어올라가야 했는데, 심지어 바람까지 미친듯이 불어서 가는 내내 고통이었고 게다가 올라가니 모두가 강풍 속에서 몸을 가누질 못해서 간신히 서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사진들을 찍고 있는 것이 너무나 웃겼다.
비록 영화에서 본 화창하고 맑은 에든버러의 전경은 아니었지만, 아서스 시트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모습은 고생해서 올라간 보람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 숙소 근처에 마침 있었고,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올린 사진(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것도 역시 포토샵빨이 있었던 것 같다....)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갔던 블랙포드 연못.
여행을 마치고 나니 결국 에든버러 내에서만 돌아다닌 셈이 되었지만, 도시 자체가 고즈넉하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도시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