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Mar 11. 2019

백내장 수술 한 달만에 찾아온 망막박리 (1)

스페인에 온 뒤 한 주 만에 바로 한국으로.

백내장 수술 겸사겸사해서 얻은 한 달의 휴가를 마치고 스페인에 돌아갔다. 이것저것 한국에서 사간 선물을 사무실에 풀어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지 근 사흘이 지난 금요일.

수술한 눈에 강한 통증이 들어선다.

뭐, 한 달간 쉬고 나서 다시 일을 하려니 눈이 무리하는 게 아닐까 싶어 잠시 쉬고 있으려는데, 퇴근할 때쯤이 되니 수술한 오른눈의 오른쪽 끝이 어둑어둑해지는 게 느껴졌다.

갑자기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백내장 수술 뒤에 후유증으로 녹내장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데, 실명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 안과 예약을 잡았다.

그 후 월요일,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러 갔는데, 진짜 오른쪽 눈 부위가 영화 스코어 진동에 따라서 울리는 느낌이 강렬하게 오더니 엄청난 통증이 찌르듯이 오른눈을 강타했다.

그 뒤, 하루가 지날수록 오른눈 시야의 초점이 빠른 속도로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말 무서워져 예약한 안과가 아닌, 내 보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회사 근처 안과를 급하게 찾았다.

역시 스페인 아니랄까 봐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안과 진료를 받고 나서야 백내장 수정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망막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받았다.

이 말인즉슨, 다시 망막 검사를 위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오전 10시 반에 찾은 병원에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망막이 찢어져서 조금만 더 열공부가 확장되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일 바로 수술을 할 수는 있지만 내 보험으로는 이 병원에서 공제가 되지 않아 생돈 4,700유로(근 600만 원)를 내야 된다고.

물론 내 사보험 Poliza 상 보험사와 계약이 되지 않은 병원비도 80%의 Reembolso는 되지만, 지금 당장 4.700유로를 내가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일단 돈을 내야만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인데.

다음날 예정대로 (내 보험과 계약이 된) 대학병원을 찾았다.

어제 그 병원에서 받은 자료를 받고 나니, 3월 첫 주 Carnival로 망막전문의가 휴가를 간 상황이라 다음 주 월요일이 되어야 상담이 가능하다고 한다. 적어도 전공의 한 명 정도는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곳은 어쨌든 스페인이니까.

상담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나니, 천 유로 정도의 비행기 값을 들여 한국의 응급의료조치를 받고, 가족들이 있는 한국에서 그 후 요양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페인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나는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십 대에 백내장이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