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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23. 2019

스페인의 총선 토론회를 보다

스페인은 오는 28일에 총선(Elecciones Generales)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정치 사회적인 사건에 대한 명칭을 죄다 그 사건이 일어난/일어날 날짜 뒤에 월의 첫 이니셜을 붙여서 표현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그래서 4월(abril) 28일에 있을 이 선거는 28A가 되었고, 선거를 앞두고 스페인의 공영 RTVE채널에서 주요 4개 당(현재 집권당인 PSOE를 포함, PP, Ciudadanos, 그리고 Unidas podemos)의 리더가 모인 토론회가 지난 22일에 있었다.


사실 이 토론회의 개최 자체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는데, 당초 총선 토론회는 두 개가 예정되어 있었다.


공영 RTVE에 의해 진행될 토론회와 민영 Atresmedia에 의해 진행될 토론회

그런데 민영 토론회에 최근 스페인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극우정당 Vox가 참가할 예정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선거 관리국은 Vox당의 의석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토론회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현재 집권당인 PSOE의 당수이자 대통령인 Pedro Sánchez는 공영 방송국의 토론회에만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나는 듯했는데....


갑자기 공영 토론회가 하루 연기되어 민영 토론회와 같은 일시에 개최되게 되었다

당초 22일이었던 토론회가 23일로 미뤄진 것은 그 누가 보더라도 집권당 PSOE에 의해 뽑힌 RTVE의 사장에 의해 벌어진 것이 자명했고, 심지어 RTVE 보도국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낼 정도였다. 결국 공영 토론회와 민영 토론회는 22일과 23일, 하루 차이로 개최되게 되었고 대통령은 두 토론회 모두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발표했다.


그리고, 차마 전체를 다 볼 자신은 들지 않아 약 7분 정도의 Resumen을 보았는데, Ay díos mio....


'Déjeme hablar(말 좀 합시다)'

평소에 아침 출근을 준비하면서 뉴스를 좀 틀어놓는 편인데, 아침에 있는 정치토론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문장이었다. 스페인어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스페인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이들은 정말, 진정, 진심으로 말이 많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일종의 미덕으로 여기는 듯했다. 티브이 속 패널들은 서로가 서로의 오디오를 씹어가며 열심히 자신의 말을 끝맺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선 토론회에서도 물론 정도는 좀 덜했지만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본인 할 말을 장전하며 시동을 거는 후보자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Albert Rivera, 대박....

내가 느낀 대선 토론회의 정점....이라고 한다면 Albert Rivera였다. 딱히 긍정적이지는 않은 방향으로.

이미지는 Huffington Post 스페인 버전에서 따왔다.

Ciudadanos당의 당수 Albert Rivera가 대통령 Pedro Sánchez에게 카탈루냐 독립주의자들과 찍은 사진을 내세우면서 '정권을 위해서라면 분리주의자들이건 프랑코 주의자들이건 그 누구와도 결탁한 인물'이라고 끊임없이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더 웃긴 것은 아예 Pedro Sánchez는 Rivera 쪽을 보지도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을 다 하고 있고.... 저렇게 사진을 휘적휘적하던 Rivera는 조신하게 사진을 다시 자기 연단에 내려놓는다...


Albert Rivera의 임팩트는 마무리발언(Minuto de oro)에서도 이어지는데, 그는 갑자기 '들리십니까? 이는 카탈루냐에서 우리나라를 망가트린 그 침묵입니다. 스페인은 다시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난데없이 방백.... 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누드 사진 포스터... 라거나 뭐 그런 돌발행동으로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충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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