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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n 08. 2019

Queja(불평)와 Reclamación(이의제기)

스페인의 빛과 소금

스페인은 지금 대입 시즌이다. 9월에 시작하는 학기를 위해 Selectividad이라는 시험을 치르는데, 우리나라의 수능시험과는 달리 Comunidad Autónoma 마다 시험이 다르고 영역에 따라 시험일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시험을 봐놓고 같은 학교에 입학하다 보니 ‘과연 이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통일된 시험 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뉴스에서는 중국의 대입시험을 특파원이 보도하기도.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여서 강 건너 불구경 마냥 보고 있었는데, 발렌시아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대입 수학 시험이 작년보다 과도하게 어려우니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서명운동을 change.org에 올리고 심지어 4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관련 기사​).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여기서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인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하면서 가장 들은 단어이자, 제일 먼저 고민하게 된 것이 바로 queja(불평)와 reclamación(이의제기)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대화와 협상으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총선과 지방선거가 한 달가량 지난 지금도 과반을 구성하기 위한 정당들의 연정 협의가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행정부는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처리를 하러 가서도 뚜렷하게 준비된 양식과 매뉴얼을 따라 일이 진행된다기보다는 느슨하게 만들어진 양식의 ‘편지’를 통해 유관부서와 내가 협의를 하고 그들을 설득시켜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느낌이 강하고. 그래서 행정절차가 느려지고 매번 마다 다른 상황이 벌어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이 위에서 말한 ‘이의제기’인데, 스페인의 웬만한 곳마다 Hoja de Reclamación이라는 소위 ‘고객의 소리’함이 비치되어 있다. 총 세 부로 된 이것을 작성해서 하나는 내가, 하나는 가게가, 그리고 마지막 한 부는 시청에 제출하게 되는데. 도저히 논쟁이 끝나지 않을 때 조용히 Hoja de Reclamación을 요청하면 달라지는 가게 주인의 모습을 종종 보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논리를 우선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거기서 발전해가는’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자연히 권위에 대한 인식도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이 되었든, 학교가 되었든, 지방/중앙정부가 되었든 일단 던져보는 것이다. 각자가 가진 queja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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