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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n 27. 2019

스타벅스에서 빼앗긴 이름

내가 임성한 드라마 속 배우가 된 것도 아닌데.

인터넷에서 자주 마주치는 밈(meme) 중에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시킬 때 종이컵에 이름을 써주는 것과 관련된 농담이 아주 많다. 더러는 가벼운 농담일 때도 있고, 인종차별이나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기는 실수 혹은 무례에서 발생되는 사건/사고인 경우도 있다.


스페인은 커피가 한 잔에 1.5유로 정도로 매우 싸긴 하지만, 아이스 음료를 마시려면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를 가서 2.4유로를 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그보다도, 한국에서 들인 버릇 탓에 습관적으로 스타벅스를 가게 되고, 그때마다 내 이름이 묘하게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두 달이 지나다가 ‘이걸 모아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My Starbucks Order라는 스토리 컬렉션을 쌓기 시작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싶다.


내 원래 이름은 이러하다.

큰 물결 도, 근원 원. 무려 “쓰나미의 근원”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

사실 외국인들이 어려워한다는 받침도 마지막의 ㄴ밖에 없고,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 놓이는(적어도 나의 로마자 표기로는) 꽤나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우리나라의 ‘ㄷ’은 D와 T 사이 그 어드메

첫 발음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사실 비교를 위해서 위의 두 이미지를 둔 것이지만, 내 이름을 들려주었을 때 ‘ㄷ’을 D로 적어줄 때보다 T로 적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ㅗ’가 o라고 생각하지 말 지어다

이어지는 모음 ‘ㅗ’의 경우도 막연하게 한국어를 로마로 표기할 때는 o로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서양권에서의 o는 한국어의 ‘ㅗ’보다 더 입을 한데 모아서 발음해야 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간신히 찾은 소중한 o의 기록인데, 저 한 컵을 제외한 나머지 스무 개가량의 컵은 죄다 u를 적어준 컵뿐이었다.

‘ㅝ’가 생각보다 잘 안 들리나?

이건 사실 스페인에 국한되는 건가도 생각을 해봤는데, ‘ㅗ’에 이어서 바로 발음되는 ‘ㅝ’을 w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 ‘Towan’이 내가 생각한 내 이름의 표기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저렇게 써준 경우도 드물게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모음을 겹쳐 쓰는 식으로 처리했던 것 같은데 이건 스페인어에서 w라는 글자가 자주 쓰이지 않는 탓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긴 발음을 거쳐 마지막 음절인 ‘ㄴ’에 도달하면 ‘이건 그래도 쉽게 듣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 ‘ng’는 그렇다 쳐도 ‘ㄴ’이 대체 왜??

아니, 대체 저 h는 어디서 나온 거람?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지옥에서 온 받아쓰기들....
이건 당최 어떻게 읽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중간과 끝 발음만 알아 들었나?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초월하는 이름은 따로 있었다. 이 바리스타는 차라리 내가 ‘영미권에서 온, 희한한 이름을 사진 아시아계’라고 생각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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