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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06. 2019

유튜버 '영알남' 인종차별 경험 영상을 보다

보통, 내 브런치에 들어오는 유입 키워드는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한 사흘 전부터, '스페인 인종차별'이라는 키워드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호른바흐 사태 때 가볍게 작성했던, 스페인에서 내가 느낀 동양인에 대한 태도? 에 대한 글들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언가 했는데.

What the f...???


이런 기사가 떴나 보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7/482236/

그래서, 문제의 영상을 보러 들어가 봤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그 유튜버는 '해명 영상'이라는 것을 올려놨더라. 그래서 문제의 영상 두 개를 보고, 내가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저는 일단 이 유튜버에 대한 판단과,
해당 상황에 대한 판단을 아래의 두 영상과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저의 경험에 기반해서 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일단, 문제의 두 영상 중 첫 번째 영상을 보았다.

https://youtu.be/80FEwOrSlok

나는 사실 당사자 유튜버와 웨이터의 의사소통이 영상에 찍혀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이 없어서 좀 당황스럽긴 했다.


그래서 결국 유튜버의 상황 설명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가능한 범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스페인의 서빙이 상당히 느리고 식대 지불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앉은자리에서 해결하는 관계로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은 맞다.


실제로 'Sinpa'라는 스페인어 슬랭이 있는데, 'Sin pago(지불 없이)'라는 말을 줄인 것으로 주로 젊은 스페인 사람들이 저 느린 식대 지불을 교묘하게 노리고 돈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식당을 나가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내가 주로 웨이터와 아이 컨택을 맞추고 손을 들어 여러 번 그들을 불러서 주문을 한 적이 있기는 하더라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서빙을 받지 않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유튜버가 당한 처우가 부당한 것은 맞고,
주변 테이블과의 정황을 보았을 때
 '인종차별'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별개로, 해당 유튜버의 말투가 약간 condescending 하고, 외국에 나와 처음으로 기득권층의 자리에서 내려온 남성의 콤플렉스가 느껴져서 듣기에 약간 거슬리기는 했지만.... 뭐 일단 사람의 말은 믿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어서 다음 영상을 시청.

https://youtu.be/3PT7lBvLvZM


아니 ㅋㅋㅋㅋ 첫 질문부터 너무 어이가 없다.

'손을 들고 종업원을 부르면 무례하다'니?

스페인은 일단 웨이터가 계속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메뉴를 정한 사람들이 있는지를 둘러보기 때문에, 내가 손을 들거나 눈을 마주쳐서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아직 메뉴 결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주문을 하려면 웨이터를 내가 불러야 한다.


뭐... 뒤에 이어지는 '주방 뒤로 종업원이 가서 구시렁구시렁대더라'라는 부연 설명을 듣자니 이 유튜버가 좀스러워 보이기는 하는데... 어쨌든 종업원을 불러서 주문을 시켜야 되는 건 맞다. 아니면 당신이 메뉴를 결정했는지 자체를 모르니까.


그런데 뒤이어 이어지는 설명은 좀 정확한 판단을 못하겠다. 1) 일단 주문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주문을 한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잰 적이 없고... 2) 다른 테이블과 음식이 어떠한 속도로 나오는 지를 비교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이 느리게 나온다, 그리고 주문을 받지 않는다, 내가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분명히 자신의 의사 표시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걸 여기서 배웠던 것 같다.


분명히 먼저 다가오고 챙겨주는 한국의 문화가 편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한국이 아니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피곤하더라도) 끊임없이 내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니까.


'식당 매니저'라는 사람의 코멘트는 정확히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백인의 'I have black friend' 식 논리라서 논할 가치가 없다.


당신이 뭐 얼마나 성실하든, 아시안 레스토랑을 따로 운영하든, 그리고 게이 프라이드를 지지하고 게이 친구가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 식당의 서비스나 행실이 잘못된 것 자체를 논해야 하는 것이지.


P.S. 참고로, 해당 유튜버가 방문했던 식당은 San Bernardo 역 근처인데, 그 근처에는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 집고 아빌라 지역의 소를 받아서 만드는 맛있는 햄버거 집이 있다.... 그 식당은 정작 나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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