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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12. 2019

주말 맞이 Valencia 여행 (1)

스페인 치고는 여러 이미지가 뒤섞인 인상을 주는 도시

Barrio라는 단어가 있다. 일단 명사로는 ‘동네’라는 뜻이 있지만 형용사로 barrio라는 단어를 쓰면 순식간에 ‘구리고 거친’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갖게 되는 단어.

발렌시아는 Super-barrio 한 동네였다.

Joaquín Sorolla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진입할 때만 해도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고, 되려 ‘콤팩트 한 바르셀로나’ 같다는 느낌이었다. 건축물의 모습이나 중심부에 있는 아기자기한 공방에서 바르셀로나가 연상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이런 저런 것들이 모인 Mercado de Tapineria

오렌지 나무가 길거리를 따라 놓인 모습을 보니 역시 오렌지로 유명한 도시로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중앙 시장과 시청, 레이나 광장 일대를 둘러싼 도시 중심부를 약간만 벗어나도 황량한 주거지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심지어 아침 오픈 시간에 맞춰 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분명히 약에 취해 보이는 걸인이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건지 위협을 하는 건지 모를 몸짓을 하고.

발렌시아 속 또 다른 도시가 너무 많아.

발렌시아에서는 크게 중심부에 있는 시장과 광장, 미술관을 제외하면 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를 꼭 가볼 수밖에 없다. 음악당과 엑스포, 그리고 수족관까지 모여있는 거대한 컨벤션 센터인데, 도시 중심부와는 전혀 다른 미래적인 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아이맥스 상영관 L’henisferic 건물을 둘러싼 인공 호수에는 보트를 비롯해 이런 저런 탈 것들을 대여해 주어서 가족들이 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건물까지 보고 나면 발렌시아라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카탈루냐스러운 전통적 분위기의 도시 중심부와 그 중심부를 둘러싼 Barrio 한 주거 지역과 합쳐져서 대체 뭔지 모를 도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마침 스페인 건축/조각가 Jaume Plensa의 작품이 전시 중.
카탈루냐의 예술적 심미안은 이런 것인지.

발렌시아를 대충 보니 이런저런 공원들이 있었다. 그중 내 눈에 띄었던 것은 ‘걸리버 공원(Parc Gulliver)’과 ‘백설공주 공원(Parque de Blancanieves)’.

전자는 소인국에 쓸려와서 해변가에 묶인 걸리버를 본뜬 거대한 놀이기구였고, 후자는 공원 여기저기에 난쟁이 조각상이 놓인 것이었다.

그런데.... 걸리버 조각상을 보고 이후에 발렌시아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발렌시아 예술가들의 그림들을 보고 나니 카탈루냐, 적어도 발렌시아의 심미안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넷플릭스에서 나왔던 ‘두 개의 카탈루냐’ 다큐멘터리 막바지에 Carles Puigdemont이 이야기했던 Caganer도 연상이 되고. 그 아저씨는 어이없게도 그것을 ‘카탈루냐 문화의 지저분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메멘토 모리’를 연결시켰지만....

https://en.wikipedia.org/wiki/Caga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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