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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27. 2019

스페인은 어쩌다 1년 동안 정치적 혼돈에 빠졌나 (3)

극우파 정당 Vox의 녹색 폭풍

2008년 세계경제위기, 그리고 앞서 언급되었던 PP당의 조직적 비리로 인해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스페인에는 다양한 대안정당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으로 스페인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가 다시 상승하기도 했고.

이런 상황에서,
2013년에 극우 정당 Vox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로고 때문에 녹색당 같은 건 줄 알았다....

물론 이 시기에 우경화의 움직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좌파 정당들을 규합해 하나의 정당 세력을 만든 Podemos도 이 시기에 생겼고, 카탈루냐 지역정당으로 시작한 Ciudadanos도 2008년 즈음해서 세력을 스페인 전역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세력에 비해 Vox는 2019년 안달루시아 지방선거 전까지 그 어떤 정치권에서도 의석을 얻지 못하던 존재였다. 아무래도 그 과격한 메시지 탓이 컸으리라...


그리고, 빌바오 지역에서 PP당에 소속되어 활동하던 한 아저씨가 이 정당에 참가하는데 이 아저씨가 바로 현 당대표인 Santiago Abascal이다. ‘하나의 스페인’을 주창하는 극우정당의 수장이 ETA의 과격한 독립운동으로 유명한 바스크(빌바오) 출신이라는 것이 약간 의외이긴 하다.


쨌든 이 아저씨의 영향 하에서 Vox는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다가 ‘18년 안달루시아 지역 선거를 거쳐 ‘19년 4월 총선에서 전체 350석 중 24석을 얻어 중앙의회에 입성하기에 이른다!

Vox의 국회의원들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고, 새로운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그렇듯 Vox도 약간 촌스러운 논란으로 총선 당시 인터넷에 오르내렸는데, 크게 ‘반지의 제왕 이미지 도용’과 여기서 파생된 ‘LGBT 유령’ 사건을 들 수 있다.


1) ‘반지의 제왕’ 영화 장면 도용

‘19년 총선을 앞두고 Vox의 공식 트위터는 아래와 같은 트윗을 올린다.

전쟁을 시작하자!
#스페인을위해

이 장면은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한 장면이었고,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올라간 이미지였다. 워너브라더스 사는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항의를 했고, 지금 Vox의 해당 트윗에서 이미지는 삭제된 상태이다.


저 이미지에서 Vox의 분신(....)으로 나온 아라고른 역할의 배우 비고 모르텐슨이 ‘소수자 혐오와 다양성 탄압을 모토로 하는 정당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중간계의 다양한 종족의 공존을 원하는 아라고른을 총선 캠페인에 활용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라는 기고문을 내기도 했다(링크​)


2. ‘Gaysper’ Meme의 유행

저 위의 이미지는 쉽게 말해서, Vox가 카탈루냐, 이슬람, 페미니즘, LGBT 세력들에 맞서 극우의 가치를 드높이겠다..... 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저기서 LGBT 세력을 형상화한 아이콘이 생각보다 귀여워서 바이럴 인기를 끌며 Vox를 조롱하는 meme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귀엽지는 않고.... 뭔가 하찮게 생긴 느낌인데....

이 캐스퍼 같은 유령은 다양한 파생상품(레즈비언, 젠더 플루이드 등)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심지어 티셔츠 머천다이즈가 되어 Vox 당 대표를 쫓아 의회에 들어오기도 했다!

Vox가 24석으로 PSOE, PP, Ciudadanos, Unidas Podemos 바로 뒤를 잇는 사이즈의 정당이 되면서 스페인 정치는 우파에 대한 경계가 퍼진다.


그도 그럴 것이 Ciudadanos가 이미 Albert Rivera의 분노로 인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파 정당이 됨으로써 주요 5개 정당 중 세 정당이 우파 성향을 띄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PSOE가 어렵게 얻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유일한 가능성은 이 우파 정당들의 반대세력을 규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인 반대세력에 카탈루냐 정당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스페인 정계 혼돈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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