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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ug 21. 2019

스페인에서 영화 보기 (1)

아이맥스를 보고 싶다면 레이첼과 이단 헌트의 목소리만 들을 것!

마드리드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도시에 비하면 영화관의 스크린 수도 많은 편이고. 그러나 관람환경을 생각하고,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하나둘씩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IMAX를 보고 싶다면 감내해야 하는 것: 더빙과 이동시간

덩케르크가 개봉했을 때, 영화 예매 사이트를 둘러보던 나는 자막/아이맥스 상영관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긴 고심 끝에 더빙을 보러 가자고 생각하고 둔께르께(Dunkerque)의 예매를 하려고 본 순간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아이맥스나 그에 준하는 큰 스크린을
보유한 상영관은 시내에 없었다.

가장 가까운 아이맥스관은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레가네스(Leganés)의 Parquesur 쇼핑몰에 위치한 Cinesa.

Cercanía 열차를 타고 뙤약볕 아래 걷고 걸어 만난 나의 오아시스

머나먼 그곳에 다다라 쨍하게 맑고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을 마주 본 감동도 잠시, 수많은 군사용어들을 스페인어로 읊는 (더빙) 배우들의 대사들 속에서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간신히 이해하며 이야기를 쫓기에 바빴다.


더빙, 영화관마다 마주치는 레이첼의 망령들

지금은 Cine Ideal을 Yelmo 체인이 인수해서 도심 VOSE(Versión Original con Subtítulo Español, 자막 상영) 상영관이 확 늘었다.


그러나, 2017년/2018년 상반기까지 와이드 릴리즈 되는 영화를 더빙 없이 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영화관이든 여주인공은
레이첼의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어딜 가든 들리는 이 분의 목소리. 사실 이 분의 목소리도 아니지만.

더빙 배우들은 왜들 그렇게 톤 들이 비슷한 지!


나중에 우연히 기사로 접한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는데, 한 영화의 더빙에 드는 비용이 4만 달러나 됨에도 불구하고 더빙 필름의 가격은 원본 필름 가격(3천 유로)의 1/4 수준이었다.


어떻게 이런 가격 형성이 가능한지 처음에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스페인 스크린 전체에서 자막 상영이 진행되는 비중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러한 구조가 이해되기도 했다.


더빙 비용 보전을 위해 더빙 상영관은 늘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원본 필름의 수요가 줄어들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원본 필름의 가격은 상승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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