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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ug 29. 2019

치안 지옥이 되어버린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의 치안 불안정이
'스페인 기준으로도' 우려할 수준이 되었다.


주요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르셀로나의 사건 사고들을 보도하고, 이러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르셀로나 시와 카탈루냐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바르셀로나 지하철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판넬을 들고 다니는 자경대(...?)들이 돌아다니기 시작.

유럽, 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 하면 응당 마주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소매치기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문제는 폭력 범죄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많은 바르셀로나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폭력 강도를 당하고 있고 심지어 6월 경에는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던 한국 공무원이 날치기 절도를 당하는 과정에서 입은 피해로 사망하기도 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09980

올해 바르셀로나의 폭력 절도(Robo Violento) 건수는 2018년 대비 약 30% 증가하였고, 실제로 스페인 전역에서 범죄율의 상승이 가장 가파른 도시가 바르셀로나이다.

대체 바르셀로나는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경찰력의 부족이다.


카탈루냐(바르셀로나)는 중앙 정부의 내무부의 지휘 아래에 있는 스페인의 다른 경찰력과는 달리, 카탈루냐 정부(Generalitat)의 지휘 아래에서 움직이며 Mossos d'Esquadra라고 불리는 자체 경찰력을 운용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Mossos d'esquadra는 카탈란 단어이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로 인해, 이 Mossos 운용에 대한 예산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최근 6년 간 Mossos의 승진 인사 발령은 없었고, 바르셀로나 시 경찰인 Guardia Urbana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만악의 근원인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2017년 10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카탈루냐 정부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방 정부 주요 부처가 있는 곳에 Mossos를 집중시켰고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몰리는 도심 지역의 경찰력은 구멍 난 치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욱더 정치화된 Mossos는 스페인 중앙 정부의 경찰과의 협력도 어려워져서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근본적인 문제: 스페인 경찰력 그 자체

스페인어에서 가장 무의미한 단어를 뽑으라면 나는 거리낌 없이 이 단어를 선택하겠다.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큼의 무의미한 일을 스페인에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문제의 사전 차단보다는 사후 처리, 그것도 행정적 사후 처리에 급급한 스페인의 경찰들.

한 예로, 같이 저녁을 먹던 친구가 너무나 어이없게 가방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는 당연히 근처 경찰서로 향했고(식당에는 CCTV가 없었다) 신고 절차를 밟았다. 예상한 대로 순서를 기다린 다음 신고 조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경찰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왈라 팝(Wallapop: 스페인의 중고 거래 중개 앱)을 뒤져봐."
"응??? (설마 했지만 믿을 수 없어 되물음)"
"너희들이 인터넷을 뒤져서 혹시 너희 물건으로 의심되는 매물이 보이면 우리한테 알려주면 우리가 조사를 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
"아니, 우리가 지금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범인 검거는 너희들이 해야 하는 의무 아니야?"
"우리도 뭐 나름 찾겠지만, 도난 신고 수가 워낙 많고 경찰력의 한계도 있으니까 너희들이 협조를 해주면 편하다는 거지"

솔직해서 좋다고 해야 할지 뻔뻔하다고 욕을 해 줘야 할지.


실제로 여러 상황에서 맞닥트린 스페인의 경찰은 정말 무능하기도 했고, 그 대처에서 신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바르셀로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절도로 검거된 범인들의 10%만이 실제로 수감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현직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Ada Colau).

2018년 8월 17일, 람블라스 거리를 질주한 트럭 테러의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에서 연설 중

이 분은 2008 경제 위기에서 주택 융자로 집을 잃은 사람들과 거리 노점상(Mantero라고 불리는)에 대한 지지를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분인데 희한하게도 카탈루냐 독립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호혜적인 입장으로 인해 바르셀로나에 창궐하는 범죄자들의 대부분인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지 못해 이들에게 '법과 경찰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 것.


결국, 바르셀로나의 치안 불안정은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우선 경찰력의 한계와 카탈루냐 지방 정부의 상황 인식 오류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ossos d'Esquadra의 사무국장은 여전히 '바르셀로나에는 치안 문제가 없다'라고 공개석상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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