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이어지는 대화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심지어 정확한 목적을 갖고 시작한 대화들도 시작은 캐주얼한 아이스 브레이커로 시작한다.
뭔 대화가 내게 안 힘들겠냐만은, 특히 이러한 스몰토크가 약간 힘겹다. 그래서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고 끊는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몇 개의 기준에 의해 어느 정도 분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란: 상대방에 대한 반응의 연쇄작용
상대방이 내놓는 코멘트를 반박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상당히 쉽다. 대부분의 경우 간단한 반박으로도 이야기의 불씨는 살짝 살아나고, 가만히 있어도 상대방이 그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기도 한다.
진정 어려운 것은 상대방과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과정이다. 언젠가는 내가 대화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고 나의 일부를 내놓아야 할 테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반작용으로만 대응하는 방식의 대화법은 자신을 감추고 방어하려는 자세인듯도 하다.
대화란: 거대한 판에서 이루어지는 땅따먹기
대화를 핑퐁 게임이 아니라 땅따먹기, 그러니까 주도권 싸움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이 대화판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는 경우.
이런 경우에 대화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흥미를 잃고 대화에 대한 집중도 사라진다.
반대로, 대화판을 상대방을 위해 싹 비워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결국 서먹서먹해지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상대방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판에 나서게 되기 마련이다.
대화란: 결론을 향해 달리는 이인삼각 레이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공간에서 간간히 “제대로 잘 따라오고 계시죠?”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뭔가 거창한 목적이 없더라도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이나 사건을 공유한다는 원초적인 목적은 있기 마련이니까. 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밟는 확인 절차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친한 내 친구들은 대화를 약간 토크 마켓 같은 식으로 하는데, 자신들이 흥미 있거나 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고 여기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그 대화를 받아서 이어가는 방식.
나중에 친구들의 단카방이 생기면서 이런 대화 방식을 여기저기서 보며 ‘시대를 앞서간 대화였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는 사실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는 될 수 없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 하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서 시작된 불씨가 성화 마냥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거대한 캠프파이어가 되니까.
우리가 했던 대화는 사실 구덩이에 불씨를 던지면서 ‘언젠가 저 불들이 모여 캠프파이어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국 가장 이상적인 스몰 토크라는 것은 모두가 잘 참여할 수 있는 주제로 모두가 따라잡을 수 있는 익숙한 페이스로 모두에게 유연하게 여기저기로 말이 오고 가는 것일 텐데, 이런 대화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의외로 힘들다.
그래서 다들 술의 힘을 빌어 서로 친해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