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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Sep 20. 2019

스몰토크,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평생의 과제

https://youtu.be/ghb6eDopW8I

그냥 제목이 Small Talk라서 넣은 뮤직비디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이어지는 대화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심지어 정확한 목적을 갖고 시작한 대화들도 시작은 캐주얼한 아이스 브레이커로 시작한다.

뭔 대화가 내게 안 힘들겠냐만은, 특히 이러한 스몰토크가 약간 힘겹다. 그래서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고 끊는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편인데,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몇 개의 기준에 의해 어느 정도 분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란: 상대방에 대한 반응의 연쇄작용

상대방이 내놓는 코멘트를 반박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상당히 쉽다. 대부분의 경우 간단한 반박으로도 이야기의 불씨는 살짝 살아나고, 가만히 있어도 상대방이 그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기도 한다.


진정 어려운 것은 상대방과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과정이다. 언젠가는 내가 대화의 불씨에 입김을 불어넣어야 하고 나의 일부를 내놓아야 할 테니까.


이러한 관점에서 반작용으로만 대응하는 방식의 대화법은 자신을 감추고 방어하려는 자세인듯도 하다.


대화란: 거대한 판에서 이루어지는 땅따먹기

대화를 핑퐁 게임이 아니라 땅따먹기, 그러니까 주도권 싸움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이 대화판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는 경우.


이런 경우에 대화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흥미를 잃고 대화에 대한 집중도 사라진다.


반대로, 대화판을 상대방을 위해 싹 비워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결국 서먹서먹해지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상대방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판에 나서게 되기 마련이다.


대화란: 결론을 향해 달리는 이인삼각 레이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공간에서 간간히 “제대로 잘 따라오고 계시죠?”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뭔가 거창한 목적이 없더라도 대화라는 것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이나 사건을 공유한다는 원초적인 목적은 있기 마련이니까. 이건 서로가 서로에게 밟는 확인 절차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친한 내 친구들은 대화를 약간 토크 마켓 같은 식으로 하는데, 자신들이 흥미 있거나 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고 여기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그 대화를 받아서 이어가는 방식.


나중에 친구들의 단카방이 생기면서 이런 대화 방식을 여기저기서 보며 ‘시대를 앞서간 대화였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는 사실 모두가 참여하는 대화는 될 수 없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 하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서 시작된 불씨가 성화 마냥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거대한 캠프파이어가 되니까.


우리가 했던 대화는 사실 구덩이에 불씨를 던지면서 ‘언젠가 저 불들이 모여 캠프파이어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리라.


결국 가장 이상적인 스몰 토크라는 것은 모두가 잘 참여할 수 있는 주제로 모두가 따라잡을 수 있는 익숙한 페이스로 모두에게 유연하게 여기저기로 말이 오고 가는 것일 텐데, 이런 대화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의외로 힘들다.


그래서 다들 술의 힘을 빌어 서로 친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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