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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Sep 25. 2019

아직도 스페인을 떠도는 독재자 프랑코의 망령

프랑코 유해 이전을 둘러싼 논쟁

“대법원은 오늘 44년 동안 지속되어온 비정상을 끝내기 위한 청신호를 켰다”

어제자 일간 엘 파이스(El País)의 기사는 이렇게 시작하며,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유해가 전몰자의 계곡(Valle de los caídos)에서 이장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 지었다는 보도를 알렸다.


전몰자의 계곡?

산 로렌소 델 에스코리알(San Lorenzo del Escorial)에 위치한 이 곳은 프랑코 정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프랑코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으며 현재는 국립공원의 형태로 운영 중이다.

입장료도 받는 모양....

다만, 프랑코 정권이 어쨌든 독재 정권이었고 이 공간을 만드는 공사에 많은 정치범들이 강제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나치 강제수용소를 기념 공원처럼 쓰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있어왔다.


2007년 법에 의해 “해당 공간은 스페인 내전 동안 사망한 자에 대한 추모와 내전과 독재 동안 고통받은 자들을 기리기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지고, PSOE(노동당) 집권 당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2012년 PP(국민당) 집권 후 재개장했다.


2018년, PSOE의 귀환.

전몰자의 계곡을 재개장시킨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를 탄핵시킨 노동당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는 곧장 프랑코의 유해를 현재 위치에서 옮겨, 프랑코의 아내를 포함해 프랑코 정권 수뇌부의 대부분이 매장되어 있는 엘 빠르도(El Pardo) 묘지에 이장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2018년 9월, PP당은 법리적인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결국 의회가 이 계획을 최종 승인한다. 프랑코의 유가족들에게 이장할 장소를 선택할 15일의 시간을 주었으나 이들은 (너무나 뻔뻔하게도) 이러한 결정에 항소하였고....

2019년 9월 24일, 대법원의 만장일치로 유가족의 요청을 기각하며 독재자의 유해를 엘 빠르도 묘지로 이장시키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여전히 스페인을 분열시키고 있는 독재자의 그늘

1975년에 프랑코가 사망했으니, 프랑코 정권이 무너진 지 근 반 세기가 지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코의 유가족들은 대법원 판결에 “극심한 실망”을 표하며(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끝까지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이며 교회를 포함 그 어떠한 압박에도 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짜 왜들 이러나....

또한 우파 정당들은 “정부 구성에 실패한 노동당이 11월 재선거를 앞두고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작당을 시작했다”는 비판을 공식 석상에서 발표했고.


심지어 이로 인해 주요 우파 정당 두 곳(국민당과 시민당)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독자 노선을 깨고 합쳐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돌기 시작했다.

이 연합 가능성은 PP당(국민당) 대표가 직접 언급하기도...
사망한 지 반 세기가 지나도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독재 정권의 여파가 남의 일이 아니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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