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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스테이지 May 07. 2018

첫 출근 그리고 소감

성장을 하고자 한다면 신중하게


첫 출근을 했다.

생각보다 힘이 부쳤던 하루다.


6시 퇴근을 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을지로에 갔다. 이래저래 백수의 생활을 함께 공유하던 친한 친구다. 아직 그녀는 구직활동 중이다.

그래도 나의 첫 출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울대입구역에서 나를 만나러 을지로까지 와주었다.


“첫 출근은 어땠어?”

“아 망했어. 다른 곳을 알아볼까?”


새로운 직장의 첫인상은 미묘한 맛의 우유푸딩을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식감이 막 좋지도 않으면서 다 먹다가는 입맛만 버릴 것 같았던 내 첫 우유푸딩 시식 때와 같이 회사가 나에게 주는 첫 느낌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일단 내가 면접 때 직접 봤던 사무실의 분위기와, 실제 직원으로서 사무실 안에 머무르며 느낀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면접 때는 꽤나 많은 인원이 분주하게 책상과 책상을 오고 가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카페 인테리어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대표의 말처럼 사내 탕비 실안에 비치된 커피머신은 직접 원두를 갈아 템핑 하여 내려마셔야 하는 전문적인 기계 덕에 향긋하고 고소한 커피 향이 가득 메워 긴장감과 함께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다.


역시나 처음 사무실에 발을 놓는 그 순간엔 기분 좋지 않은 신입사원이 있을까. 나도 마찬가지이었다. 내 자리는 어디일지, 내 명함은 어떨지, 첫 회의는 생각처럼 열정적인 아이디어의 장이 펼쳐질지. 궁금한 것과 기대감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안녕하세요. 오늘 첫 출근하게 된 김제나입니다.


라는 말을 집을 나오기 전 거울 앞에서 세네 번 내뱉으며 연습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다른 직원들 전부가 자기 자리 찾아 앉는데 바빠 보였고, 인사만 할 뿐 별 다른 환영인사가 없었다. 신입의 어리광처럼 인사를 안 받아준다고 칭얼거린다 생각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이 회사는 겨우 직원 5명의 아주 작은 사무실 정도 규모여서 작은 목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전 사무실을 메울 정도로 크게 들리는 곳이다. 


대표가 출근을 했다. 나를 대표실로 불렀다.


"인사는 다들 출근하면 하기로 하고 팀장님과 둘이 잘해봐요."

"네 알겠습니다. "


팀장님은 내 사수가 되어 줄 사람으로 이전부터 대표와 함께 카페 프랜차이즈 시절부터 지금의 회사까지 함께 했던 비즈니스 파트너와 같은 분이다. 이런 분께 많은 걸 배워 보겠다는 열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이것저것 입사서류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도 설치하고 메일 계정도 받고 은근히 할 일이 있었지만 오전 중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들이었다. 첫날이니 적응하는 시간을 주는 거라 생각했다. 주임도 내가 어느 정도 프로그램을 다루는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런데 하루 종일 팀장은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 이게 무슨 기분이지? 무시인가? 심지어 그날 대표가 말했던 인사 시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알지도 못한 체 하루를 버린 것이다. 적어도 업무를 파악하라며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 작업들을 공유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내가 이전에 처음 미술팀에 들어가서 했던 일이니 기본적으로 기대했던 부분이다. 아니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뒤에 내가 요청하니 보내준 파일은 달랑 캐드파일 하나 스케치업 파일 하나.


" 지금은 제가 바쁘니 설명해줄 시간은 없고 보고 계세요."

"네." 


이렇게 '네' 대답 로봇이 되는 기분이었다. 규모가 작은 회사라서 각자가 하는 일이 많은 이유로 시간이 없다고  새로 들어온 사원에게 회사 소개, 일의 과정 최소한의 인사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회사에서 나는 하는 일이 없고 시간이 많으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다.


첫날이니까.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냥 오늘 하루는 쉬는 기분으로 있자. 레퍼런스라도 찾는 척해보지 뭐...... 


이렇게 불친절한 공간에서 나의 친절했던 마음가짐은 점점 이들과 같아지고 있었다. 앞으로 내 직장생활은 어떻게 될까 기대도 되지 않고 벌써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들었다. 그동안 일은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쳐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 간의 관계 형성은 조직생활에 지배적이다. 그 첫 단추를 잘 못 채웠다고 생각하니 퇴근 후에 이 상황에 대해서 퇴사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별일 아닌 걸로 퇴사까지 하겠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회사의 속내를 하루 만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은 그리 깊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어찌 되었든 첫 출근이니까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그러니 두 번째 출근을 해봐야겠다.





-끝 그리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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