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토론을 돈 내고 하는 시대
돈을 내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 게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토론을 합니다.
이런 활동을 돈을 내고 한다는 소리죠.
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 총 4회 모입니다.
게다가 비용이 꽤나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이런 모임의 존재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때가 됐죠.
제 기억엔 3년 전만 해도
이런 유료 독서 모임이란 게
지금처럼 흔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료 독서모임 플랫폼 회사'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습니다.
독서와 토론이란 행위는 (글쓰기는 +a)
소수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즐겼던
나름 고상한... 친목 '문화 활동' 정도라고 여겨지던
그런 때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
3년 전 처음으로
유료 독서 모임에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독서, 글쓰기, 토론이란 활동을 상품화시켜
성공적으로 성장한 '트레바리'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콘셉트를 가진 모임들이
진열장처럼 생긴 웹사이트 랜딩페이지에
입맛과 취향에 따라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점점 광고글의 냄새가 풍기지만
광고는 아닙니다... 직원이나 직원 친구 아니에요.)
'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토론을 하는데
돈을 내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하하하하 참 씽기방기하네?'
궁금했습니다.
대체 돈을 내고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은 어떤 곳일까...
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모임에 참가할까...
그래서 저도 돈을 내봤습니다.
대학교 4학년, 한창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기자의 꿈을 품고 있을 때였습니다.
읽고 쓰는 일과 토론에 관심이 많았던 때였고,
제가 참석하는 모임의 장(裝)을 맡고 계신 분이
기자 출신이셨다는 점이 끌렸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이런 활동이 유료화되어 상품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즉 유료 독서토론이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놀라운 시대적 현상이었습니다.
제가 참석했던 모임은 과연 어땠을까요?
3년이 지난 전
이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회사에서 운영하는
한 모임의 파트너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번이 첫 시도입니다.
파트너라 하면 회사의 직원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백 개의 모임 중
하나를 주관하고 운영하는
모임의 호스트 혹은 매니저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정의 활동비를 받고 모임을 이끌어가는
여러 업무를 대신해주는 역할입니다.
돈을 내고 모임을 하던 입장에서
돈을 받고 모임을 해주는 입장이 됐어요 :)
(물론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처음 이곳에서 모임을 참석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나와 다른 환경과 직업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죠.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막내였습니다.
이미 무르익은 사회생활을 하고 계신
여러 인생 선배들과의 밀도 있는 토론의 경험은
어렸던 그 당시 제겐 꽤나 충격적이고 커다란 자극이었습니다.
분명, 지불했던 값어치 이상의 즐거움과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이러고 있나 봅니다.
오늘은 뭘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모임에서 읽어야 할 책 내용이 아닌
모임에 관해 써봐야겠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광고글 같은 게 나와버린 것 같네요.
(트레바리 직원분들이 보면 참 좋아하겠어요.)
아무튼 저는 이런 활동을 하고 있고
세상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로 돈 잘 버는 기업도 있다.
'세상을 좀 더 지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은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주절주절
오늘의 백수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