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피로스 Nov 03. 2020

오랜만이다. 새벽 6시 감성

6시는 아침일까 새벽일까

6시에 일어난 건 참 오랜만이다.

11시에 취침하고 7시에 기상하는

반복적인 일상의 틀을

왠만하면 벗어나지 않는 백수인 내게

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건

한 시간의 차이지만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다.


우선 하늘의 색이 다르다.

7시의 하늘은 완전히 해가 뜨기 시작해

옅은 하늘색과 주황색이 만나는

밝은 파스텔톤 빛깔이 난다.

내 정면을 향해 뜨고 있는 저 해는

눈이 부실만큼 강렬한 에너지로 꽉 차 있다.

마치 온 지구의 정기를 빨아드린

손오공의 원기옥이 떠오른다.


반면 6시의 하늘은 완전히 까맣다.

짙은 남색을 띤 하늘은 아직 온통 시커멓다.

6시 30분 정도가 되어야

저기 지평선 너머에 진하고 불그스름한

동그라미의 광채가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변의 공기도 다르다.

6시 15분.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직 모든 게 잠들어 있는 것만 같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모든 것의 일상이 시작되어 분주해지기 직전

폭풍전야 같은 묘한 침묵이 아파트 단지를 감돈다.


7시. 해가 떴다.

1층 지상에 사람이 한 둘 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완전했던 정적에 금이가고

미세한 소음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새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생동감이 감도는 시기다.


오늘은 오전부터 할 일이 많다.

일찍 일어난 이유는 일 때문이다.

새삼 느끼게 된다.

삶의 적절한 긴장과 불안은

일상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동력이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분명하게도

일이라는 건 사람을 피곤하게도 하지만

애써 살아가게도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전 6시는

아침일까 새벽일까

예전에 새벽 5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

이미 버스와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뭐라도 하나 더 잡아먹는다는데

버스와 지하철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동시대의 동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과 경쟁하는 내가

잡아먹을 뭔가가 남아있기나 한 걸까 걱정됐다.

그나마 내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던 건,

그 시간에 대중교통을 메운 사람들 중

적어도 내 또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였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전 6시가 새벽이냐고 물으면

왠지 그냥 코웃음 칠 것 같다.


새벽의 사전적 정의는

'먼동이 트려 할 무렵'이라고 하는데

분명 오늘은 6시 반쯤부터 동이 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의 6시는 새벽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근데 지금은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잖아.

그럼 해가 빨리 뜨는 여름의 6시는

새벽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걸까.

참 모호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동이 트는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찌 됐든 난 오늘의 6시를

아침보단 새벽이라 부르고 싶다.

그래야 그나마 하루를 좀 더 일찍 시작했다는

묘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이런 정신승리로 시작하는 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약 중 하나다.)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앞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새벽 감성이

오늘의 글을 탄생시켰다.

고맙다 새벽 6시.

앞으로 종종 또 보자.

(응 너무 자주는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