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는 아침일까 새벽일까
6시에 일어난 건 참 오랜만이다.
11시에 취침하고 7시에 기상하는
반복적인 일상의 틀을
왠만하면 벗어나지 않는 백수인 내게
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건
한 시간의 차이지만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다.
우선 하늘의 색이 다르다.
7시의 하늘은 완전히 해가 뜨기 시작해
옅은 하늘색과 주황색이 만나는
밝은 파스텔톤 빛깔이 난다.
내 정면을 향해 뜨고 있는 저 해는
눈이 부실만큼 강렬한 에너지로 꽉 차 있다.
마치 온 지구의 정기를 빨아드린
손오공의 원기옥이 떠오른다.
반면 6시의 하늘은 완전히 까맣다.
짙은 남색을 띤 하늘은 아직 온통 시커멓다.
6시 30분 정도가 되어야
저기 지평선 너머에 진하고 불그스름한
동그라미의 광채가 슬슬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변의 공기도 다르다.
6시 15분.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직 모든 게 잠들어 있는 것만 같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모든 것의 일상이 시작되어 분주해지기 직전
폭풍전야 같은 묘한 침묵이 아파트 단지를 감돈다.
7시. 해가 떴다.
1층 지상에 사람이 한 둘 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완전했던 정적에 금이가고
미세한 소음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새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생동감이 감도는 시기다.
오늘은 오전부터 할 일이 많다.
일찍 일어난 이유는 일 때문이다.
새삼 느끼게 된다.
삶의 적절한 긴장과 불안은
일상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동력이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분명하게도
일이라는 건 사람을 피곤하게도 하지만
애써 살아가게도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전 6시는
아침일까 새벽일까
예전에 새벽 5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
이미 버스와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뭐라도 하나 더 잡아먹는다는데
버스와 지하철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니
동시대의 동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과 경쟁하는 내가
잡아먹을 뭔가가 남아있기나 한 걸까 걱정됐다.
그나마 내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던 건,
그 시간에 대중교통을 메운 사람들 중
적어도 내 또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였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전 6시가 새벽이냐고 물으면
왠지 그냥 코웃음 칠 것 같다.
새벽의 사전적 정의는
'먼동이 트려 할 무렵'이라고 하는데
분명 오늘은 6시 반쯤부터 동이 트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의 6시는 새벽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근데 지금은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뜨잖아.
그럼 해가 빨리 뜨는 여름의 6시는
새벽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걸까.
참 모호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동이 트는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찌 됐든 난 오늘의 6시를
아침보단 새벽이라 부르고 싶다.
그래야 그나마 하루를 좀 더 일찍 시작했다는
묘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이런 정신승리로 시작하는 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묘약 중 하나다.)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앞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새벽 감성이
오늘의 글을 탄생시켰다.
고맙다 새벽 6시.
앞으로 종종 또 보자.
(응 너무 자주는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