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수필집>
그녀를 만난 건
8월 초 어느 날이었습니다.
거실을 지나다가
우연히 TV 속에서 마주친 그녀는
제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죠.
그녀를 알게 된 후
이런 글을 한 편 썼습니다.
그녀가 썼다는 한 권의 책을 샀습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매일 한 편씩 썼고
매일 한 편씩 읽었습니다.
3개월이 흐른 지금
비로소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또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겨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이었습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글 쓰는 일에 대한 작가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
그녀가 세심히 관찰하고 발견해낸
소소한 일상의 조각조각들이 한 데 묶여 있는
일일 다큐멘터리틱 시트콤 시리즈 같은 느낌이랄까요.
재밌고, 싱겁고, 웃기면서, 짠한
나와 다른 누군가의 나와 같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평범한 20대의 한 여성이자, 작가의 눈으로
일상과 자신의 경계를 응시하며 건져 올린
다양한 통찰의 흔적들이 짙게 묻어 있는
많은 것들의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책이죠.
그녀는 왜 매일 글을 썼을까.
지금은 1인 출판업의 아이콘이자
번듯한 명성을 쌓아 올린 그녀는
2년 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매일 한 편의 글을 써서 팔기로 했답니다.
한 달에 20회. 1주일에 5회.
독자에게 한 편 당 500원어치의 글을
매일 쓰기로 작정한 그녀는
꽤나 긴 시간을 일일 연재 작가로 살게 됩니다.
(지금도 일일 연재를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네요)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자신을 절벽 끝으로 몰아세우며
한 편 한 편 겨우 겨우
결국엔 써냈다고 합니다.
나의 글을 돈을 받고 판다.
책이 아닌 한 편의 글을
매일 마감시간에 맞춰
독자에게 보낸다.
저 결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브런치를 시작하며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글을 쓰진 않지만
나름 매일 써보자고 노력하면서도
매번 빼먹는 날은 생기고,
(심지어 어제도 글을 못 썼다)
흔들리는 초심을
겨우겨우 붙잡기만 하기에도 힘든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거든요.
매일 뭔가를 써낸다는 일은
매일 소재와 글감에 시달리는 일이고,
나를 점점 소진시켜가며
밑바닥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점점 뼈저리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난 왜 매일 쓰는가.
바보 같지만 정말
그냥 쓰고 싶어서 씁니다.
누군가 봐주지 않아도
나를 소진시켜 밑바닥을 드러내도
글을 쓰면 다시 채워지는 나를 발견합니다.
구독자를 만들어, 구독료를 받는
무거운 중압감과 의무감에 의한 게 아닌
그저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빈약한 책임감에 기반한 저의 글쓰기는
이렇게나 위태롭고 나약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실대면서도
결국 쓰긴 씁니다.
나약한 내 모습과 녹록지 않은 현실
그리고 위태롭지만 절대 꺼지지는 않는
글쓰기에 대한 불꽃같은 욕구 사이에서
나의 글쓰기는 그래도
희미하게 명맥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나처럼
나보다 더 대단하게,
그러한 삶을 먼저 살아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행운에
감동하고 감사하며
또 한 편 써 내려갈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