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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Aug 14. 2020

죽은 것들처럼 살라고 하지마

갈대처럼 민들레처럼 살아도 괜찮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나풀대는 민들레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살지 말자

중심 없이, 줏대 없이 살지 말자

고 예전엔

중심 없이, 줏대 없이 다짐했지.


하지만 살다보니

인간은 모두 다

갈대처럼, 민들레처럼

온갖 바람에

흔들리고 나풀대더라

모두 똑같더라.


요란하게 휘청거리든,

미세하게 움찔거리든,

모두 똑같이

흔들리며 살더라.

세상만물이 모두 그렇게

흔들리더라.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고 하지마라

그렇게 살면 피투성이되어

아파서 오래 못 산다.


산위의 바위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하지마라

그렇게 살면 감정을 잃어버려

영혼 없는 로봇 된다.


장갑차처럼 막무가내로 나아가라

63빌딩처럼 꿈쩍도 않고 버텨라

고 말하지 그러냐.

니는 그렇게 살아봤냐.

그렇게 살아봐라.

그게 사람사는 건가.


나는 사람이다.

나는 생물이다.

나는 살아있다.


뿔처럼 바위처럼 못 살아도 좋다.

살아있는 것처럼 살고 싶다.

아플땐 아파하고

막히면 멈춰야지.

흔들릴땐 흔들려야지.


이제보니 정말 중요한 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있는 것이더라.


아무리 휘청거리고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지.

굳세게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머무는 것이지.

버티는 것이고

견디는 것이지.


그래서 이젠

예전보다

갈대도 민들레도

아름답고 강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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