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들처럼 살라고 하지마
갈대처럼 민들레처럼 살아도 괜찮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나풀대는 민들레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살지 말자
중심 없이, 줏대 없이 살지 말자
고 예전엔
중심 없이, 줏대 없이 다짐했지.
하지만 살다보니
인간은 모두 다
갈대처럼, 민들레처럼
온갖 바람에
흔들리고 나풀대더라
모두 똑같더라.
요란하게 휘청거리든,
미세하게 움찔거리든,
모두 똑같이
흔들리며 살더라.
세상만물이 모두 그렇게
흔들리더라.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라고 하지마라
그렇게 살면 피투성이되어
아파서 오래 못 산다.
산위의 바위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하지마라
그렇게 살면 감정을 잃어버려
영혼 없는 로봇 된다.
왜
장갑차처럼 막무가내로 나아가라
63빌딩처럼 꿈쩍도 않고 버텨라
고 말하지 그러냐.
니는 그렇게 살아봤냐.
그렇게 살아봐라.
그게 사람사는 건가.
나는 사람이다.
나는 생물이다.
나는 살아있다.
뿔처럼 바위처럼 못 살아도 좋다.
살아있는 것처럼 살고 싶다.
아플땐 아파하고
막히면 멈춰야지.
흔들릴땐 흔들려야지.
이제보니 정말 중요한 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있는 것이더라.
아무리 휘청거리고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지.
굳세게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머무는 것이지.
버티는 것이고
견디는 것이지.
그래서 이젠
예전보다
갈대도 민들레도
아름답고 강해 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