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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Aug 16. 2016

기적은 한 줄로 부터...

"너 나 잘 모르잖아 ㅎㅎ"


사진 속의 남자는 웃고 있지않았지만 나를 보며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남자는 나무척이나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만도 했다.왜냐하면 나 역시 지금  스스로를 굉장히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분명히 난 남자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 TV에서도 특정 날이 되면 자주 언급 됐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쇄된 종이 위에 버젓히 등장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머릿 속이 깜깜하다.


'누가 내 머릿 속에 먹물이라도 부은 거야? 뭐지...도대체 왜 기억이 안나는 걸까?'


시계를 바라본다. 10시 45분이다. 아직 오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 보는 데 5분이면 그리 촉박한 시간은 아니었다. 난 잠시 손에 쥔 펜을 내려 둔다. 그리고 눈을 감아 본다. 남자에 대해 깊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떠오른 건 만주였다. 만주 벌판을 주 무대로 활동했다던 독립군들. 그 존재들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생이 된 지금. 역사 교과서에서는 그들에 대해 언급된 바가 없다. 수능 시험에 몇 년째 출제 되지 않았고 글로벌 동조를 강력히 주장하며 아시아에 분 통합 열풍은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역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이 즐비하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내 또래의 친구들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에 대해 잊고 산지 오래 다. 중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씌어진 역사. 그리고 사실상 중국에 편입되어 버린 한반도의 상황. 길거리를 거닐며 여기저기 들려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더 이상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반도성... 중국에 한 지역 중 하나라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 개 중에는 이것에 대해 천만다행이라 말하며 이렇게 떠들어 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쪽바리한테 안 먹힌 게 어디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치하라는 비극적인 역사 때문인지 일본을 일본이라 부르지 않고 쪽바리라 부른다. 그 것은 우리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 그 위에 위에 할아버지때 부터 계속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뭐 사실상 일본한테 더 이상 먹힐 일은 없다. 이미 지구 상의 지도에서 반 이상은 사라져 버린 나라이니까... 15년 전에 있었던 후지산 대 폭발로 훗카이도 지역만 남아 있는 일본 내가 보기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나라일 뿐...일본이 한 때는 강대국이었다는 말도 내가 너무 어렸을 적 들었던 일이고 아무튼 그로 인해 역사 책에서도 더 이상 언급되지 않게 된 부분이 일본과 우리나라 역사책의 현 주소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문제이냐 말 이다. 필요 없다며 교과서에 지워 버렸을 때는 언제고 왜 또 다시 시험에 등장했냐 이 말 이다!  어찌 됐든 답은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예시로 늘어 놓은 본문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기로 결심한다.


1906년 삼흥학교를 세우고 이어 남포 돈의학교를 인수하여 인재양성에 힘씀.

1907년 연해주 의병 참가

전제덕의 휘하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특파독립대장으로 임명


여기까지는 도무지 감이 안 온다. 아니 도대체 누구냐고! 남은 시간은 2분 30초. 아래 예시들을 더 읽어 본다.


1909년 동지 11명과 죽음으로써 구국투쟁을 벌일 것을 손가락을 끊어 맹세하고 동의 단지회 결성.


손가락? 어 손가락 하니까 하나의 그림이 떠오른다. 분명히 본 적이 있다. 어디선가 본 그 손바닥 그림은 특이하게도 새끼와 약지의 길이가 비슷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예시를 읽어 보고 생각해 보면 알 것 같다. 서두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예시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뭔가 결정적인 단서가 나왔음을 인지 한다.


1909년 10월 26일 일본인으로 가장. 하얼빈 역에 잠입하여 역 플랫폼에서 러시아 군의 군례를 받는 이토를 사살. 하얼빈 총영사 가와카미 도시히코, 궁내 대신 비서관 모리 타이지로, 만철이사 다나카 세이타로 등에게 중상을 입히고 현장에서 리시아 경찰에게 체포됨.


그리고 마지막 예시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부분이 인물이 누구인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사형 집행으로 순국."


뤼순 분명히 과거 언급된 적이 있다. 꽤나 떠들썩 했던 사건이었는데...

예시를 다 읽고 남은 시간 32초. 이제는 빨리 답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질문을 읽어 본다.


아래 예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독립투사의 본명(아명)을 고르시오.


이런 빌어 먹을 역사 선생! 문제를 한 번 더 꼬았다.

본명을 찾으라고? 이건 엄연히 반칙이다. 역사 교과서에도 없는 인물에 대해 문제를 낸 것도 모자라 본명을 고르라고? 화가 났다. 이 문제가 분명히 이 번 중간고사의 전교 순위를 결정지을 것이 분명하다.이번에도 난 상위 클래스를 놓치고 싶지 않아 시험 범위를 달달 외웠다.밤을 새워가며 이승만 부터 이완용까지~ 우리나라의 독립에 기여한 인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몽땅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존재는 누구냐 말인가?


보기 4개 중 난 오답이 아닌 정답을 추려 내야 한다.

1번 안칠현. 이건 아니다. 이건 과거 찬란히 빛나던 아이돌 그룹의 맴버 본명이라고 들은 바 있다.

2번 안국신. 이 또한 아니다. 이 사람은 분명 서점 경제 코너에서 저자로 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3번과 4번 중 정답이 있다.

3번 안응칠 과 4번 안중국.... 뭘까? 3번 안응칠 뭔가 독립투사의 이름치고는 너무 촌스럽다. 과거  오래 살자는 의미로 이름을 개똥이고 만등등으로 지었다고 하나 응칠은 뭔가 더욱 더 촌스럽다. 응답하라 1997을 줄여서 응칠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응답하라 2012 골수 팬인 우리 누나가 내게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답은 안중국? 기억하자. 분명 제 작8월 15일 광복절 특집으로 역사 채널에다루었던 인물이다.

그는 분명 의사 출신이라 했다. 안중국 의사...치과 의사는 아닐 것 이고, 내과? 그래서 안 중국? 안 중국...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내 직감. 아시아 통폐합 분위기. 그 중심에 있는 중국.

아! 여기에 역사 선생님의 포커스가 있었다. 선생님은 분명 이걸 노린게 분명하다. 그래서 교과서에서도 다루지 않던 부분을 출제한 것 이다.


'그래 역시 사람은 센스가 있어야 돼! 헤헤 그럼 그렇지. 교과서에도 없는 인물을 문제로 내는 건 반칙.하지만 평소 수업만 잘 들었어도 맞 출수 있는 문제야. 선생님이 중국 예찬론자 잖아!'


시험 마감시간 3초를 남기고 난 거침없이 4번에 마킹했다. 그리고 난 이번 역사 시험은 만 점을 확신하며 컴퓨터 수성펜의 뚜겅을 닫았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해방을 위해 온 몸을 바친 독립 투사들께 감사하고자 쓴 글이며, 그들을 상처 뿐인 영광으로 만드는 듯한 국정교과서와 모 아이돌 그룹의 발언등을 토대로 안타까운 마음에 쓴 글 입니다.

잊지 맙시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고 한글을 쓰며 살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 누구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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