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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Sep 23.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예정된 반전.

                                                                                                                               

' 더 강하게 채찍질해 줄 테다.'

올해로 2년 째 뒷바라지 중인 남자 친구. 이 번에 정말 붙어야 한다. 내 나이도 어느 덧 서른 두살. 부모님 세대의 기준에서 난 이미 노처녀에 접어든 상태다. 사실 나로써는 남자친구가 시험에 떨어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빠가 사법고시에 합격만 하면 우리 아빠가 많은 혜택을 줄 거야. 오빠도 우리 집 사정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 많은 땅을 소유한 만석꾼 집안 이었다.  서울과 근접해 있었던 땅이 개발이 되면서 우리는 과거보다 훨 씬 더!!! 정말 어마무시한 재산을 소유한 집이 되었다. 시가로 환산 하면 삼 천억 이상...
그런 우리 집의 아버지. 그가 원하는 사윗감의 조건은 하나다.

"재산 관리 차원에도 그렇고....난 그냥 법에 관련된 사람이었음 좋겠다..."

그랬다. 시험에 합격만 하면 된다. 판사 든 검사 든 변호사 든 상관없다. 자격증만 생기면 된다. 그럼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합격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다. 그런데 내 남자친구 녀석은 왜 합격하지 못하는 걸까?

"고급 스포츠카? 서울 야경이 보이는 오피스텔... 언제든지 원하면 떠 날 수 있는 여행... 오빠는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아? 왜 도대체 합격하지 못하는 거야?"

사실 난 남자친구의 기를 죽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되도록 다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한계가 왔다. 올해 시험에 붙어서 결혼 한다해도 내년이면 서른 셋.... 노산의 염려가 있다. 부모님의 재산을 다른 형제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언니들은 아버지의 소원을 무시하고 일반 회사원들과 결혼 했다. 하지만 난 아버지의 꿈을 반드시 이뤄서 가장 많은 재산을 차지하고 관리할 생각이다. 그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 해 꼭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있다. 난 내가 원하는 건 모든 지 이루어 왔으니까...

난 남자친구의 자취방에서 동고동락하며 그의 뒷 바라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밥이면 밥. 빨래면 빨래..
좋은 컨디션 유지를 위해 좋은 것들을 먹이고 자기 전 스트레스를 푸는 마사지와....아...딱 한가지...결혼 전까지 성관계는 금지다. 다행히 내 남친도 그런 나를 이해해 준다.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다.그런 
그를 위해서 아니 나의 미래를 위해서 이 정도의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다.

시험 전 날.

"오빠 이게 피를 맑게 해주고 잠들어 있는 두뇌까지 쓰게 만든다는 보약이야 쭈욱 들이켜...쭈욱..."

한 사발 가득 남은 보약을 오빠에게 내민다. 그의 표정에 미안함이 가득하다. 

"한 번에 들이켜.. 나눠 마시지 말고 이 번엔 꼭 한 방에 가자 응?"

보약을 받아 마신 남자친구가 나를 바라보는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 눈치다. 그를 보필한지도 어느 덧 이 년. 난 그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있다.

"오빠...오빠 우리 아빠의 조건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거지?"

머리를 긁적이는 남친. 입 앞까지 쏠려있는 그 말이 무엇인지 앞니를 굳게 닫고 망설이고 있다.

"아니다....미정아... 괜히 설레발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뭔데 말해 봐 오빠... 오빠 알지 오빠가 원하는 건 모든지 해 줄수 있는 거? 뭘 원해 말해봐.."

남자친구는 그렇게 몇 분을 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정아... 일 차는 확실히 붙을 수 있어... 그리고 이 차 시험 말야.... 나를 확실하게 채찍질 해줘...지금도 충분하지만 진짜로 확실하게 나를 채찍질 해 줬으면 좋겠어.. 미정아 부탁할께.."

난 또 뭔가 굉장한 걸 요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남자친구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에 난 기뻤다. 난 그의 볼에 연달아 뽀뽀를 한 후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 했다.

"오빠 걱정하지마 내가 이번엔 확실하게 채찍질할거야. 각오 하는 게 좋아."

그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지더니 뛸 듯이 기뻐한다.

"약속했다!!! 분명히 약속 한거야!!! 으라차차 이 번시험은 무조건 합격이다."


그의 예상대로 일 차시험은 가볍게 통과 됐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꼭 채찍질 해주는 거야. 강하게.. 내가 이번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게 확실하게 보장해줘!!!"

난 그럴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를 하면서 그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오빠는 반드시 붙을 수 있어. 합격이야. 합격만 하면 우리의 인생은 행복만이 남았어!!!"


그리고 드디어 
결과가 발표 됐다. 

나의 내조 덕분이었는지 굉장히 훌륭한 성적으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나의 자랑스러운 남자친구. 난 합격통보가 나오자마자 그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아 갔다. 난 살면서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없었다.

"우리 딸!!! 우리 사위!!!! 내 결혼식은 최대한 성대하게 올려 주지!!!"

언니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그녀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급진 장소와 음식들.초 고가의 웨딩 드레스. 수 많은 축하 퍼레이드. 난 이 순간 세상에 둘도 없는 신부가 되었다.

"잘 다녀오고... 기왕 가는 신혼 여행. 허니문 배이비까지 순조롭게 진행해봐..."

비행기에 오르기 전 아버지가 두둑한 돈봉투를 내 남편이 된 그 이에게 찔러 주며 말했다. 신혼여행 한 달이라는 기간. 우리는 돈과 시간이 허락 하는 한......물론 정황 상 바로 교육에 들어가야 하는 남편이었지만 아버지의 영향력이 사법연수원까지 뻗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날밤.

난 굉장히 두근 거리고 설레는 마음 탓에.. 얼굴에 홍조가 뜬 채 가라 앉을 생각을 안 한다.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로 다가오는 나의 백마 탄 왕자님. 그 가 가볍게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

"자..자기야....내가 자기가 원하는 소원을 이루워 줬잖아... "

난 수줍게 이야기 하는 내 남편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를 꼭 껴 안으며 말했다.

"우리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야... 이제 우리는 정말 행복할 일만 남았어. 우웅 쪽~~~"

난 사랑스런 남편을 향해 수 차례 키스를 퍼 부었다. 남편 역시 부끄러워 하며 나를 받아 주었다, 

"이....이제 부...불 끌까?"

난 이 순간이 너무 부끄럽고 떨렸다. 차마 밝은데서는 맨 정신으로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그...그럴까?"

남편이 불을 끄러 침대 곁을 떠나가더니 스위치를 내린다.

"그럼 이제..본격...적으로..."

아...떨린다. 이제 시작이다. 내 인생의 탄탄대로 진입이...

그 순간이었다.

짜악 짜악~~~~

벽에 부딫히는 가죽 소리. 난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 보았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남자. 나를 향해 무언가를 건네며 귓가에 대고 말한다.

"자...자기야...분명히 약속했지.. 나를 확실하게 채찍질 해 준다고....내 살갗이 찢겨질 정도로 나를 세차게 내리쳐 줘..."

남편이 건넨 건 다름아닌 가죽 채찍이었다.
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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