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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Oct 06.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민주주의

                                                                                                                              

                                                                                                                              

소중한 분들과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고,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 합니다^^

톡 메세지를 확인하는 내 전화기는 손을 떠나 벽면에 부딫혀 박살이 나 버렸다. 

"아니 C발 지금 나랑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진짜 X나 열받게 만드네..."

얼마 전 실직당한 회사  김사장으로 부터 온 메세지였다. 애시당초 이 자식은 나를 자를 생각이었다.
명절 떡값 주는 게 아까웠던 건지 이 빌어먹을 회사는 정확히 추석 일 주일전에 나에게 해고통보를 내렸다. 잊을 수가 없다. 그 역겨운 얼굴로 이야기하던 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그 더러운 입을 말이다.

"은상군... 자네는 아직 젊어. 우리 같은 중년들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 하기엔 세상은 너무 위험하지..
하지만 자네에게는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은가? 내 퇴직금은 좀 더 쳐서 준비했네..."

그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생각하니 뒷 목덜미 어딘가가
찌릿찌릿하다.

사장은 진짜 인간말종이었다. 보통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월급의 평균 아닌던가? 물론 난 영업직이라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그리고 최근 몇 달새 실적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빌어먹을 회사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 매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데....
딱 기본급만 챙겨 준 이 회사...

추석 연휴의 시작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하루 더 휴일을 붙혀주는 바람에 직장인들은 맘 편하게 쉴 수있다. 물론 회사에서 짤린 내게 휴일은 의미가 없다. 하루 하루가 주말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너무 화가난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문자를 보낼 수가 있지?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한 번 폭발하면 기필코 사건을 내고야 마는 성미 때문에 나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건을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난 김사장의 집을 잘 알고 있다. 회식을 하거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난 술을 한 잔도 먹지 못했다. 대리운전 부르는 돈도 아까운 이 노랭이 영감 때문이었다.

"은상 군 오늘도 잘 부탁하네..."

난 말이 좋아서 이 회사 영업사원이었지 수행기사나 다름 없었다. 회식 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가 끝나고 개인 약속이 있을 때도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난 그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던지 차 안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늦어져 대중교통이 끊기면 어떻게 되냐고?

"은상 군 오늘도 수고 많았네....차는 내 차고에 잘 주차해 놓고 돌아가..."

수고비? X까  교통비? 그게 뭐지? 3년 동안 시다바리 역할을 하면서 내가 그 인간 지갑이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내 호주머니에 들어 온 경험이라곤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아!!! 도저히 안되겠다. 내 화가 제어가 안된다. 오늘 난 기필코 김사장의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다. 그의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자존심이고 뭐고 짓밟아 버릴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끝까지 내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난 오늘부로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존재로 만들지도 모른다.

높은 벽. 밖에서는 절대 들여다 볼 수없는 성곽과 같은 그의 집. 회사에 다니면서 수 십차례 넘게 들락날락했던 이 곳. 김사장의 집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자기는 이렇게 멋진 집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그냥 돌아갈까라는 마음이 들면서 흔들리던 내 의지가 굳건하게 다져지는 순간이다.
정면돌파는 불가하다. 내가 초인종을 누른다면 그는 절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아직 사장회사의 직원이었다면 아주 반갑게 대문을 활짝 열었을 놈이다. 왜? 절대 빈손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명절 때마다 우리회사 직원들은 현금을 뱉어 내야 했다. 오래도록 내려온 악습인데 명절 연휴 때 그를 찾아 인사를 올리지 않은 직원들은 그 다음 연휴가 돌아 올 때 쯤이면 회사에서 볼 수 없었다. 이번 추석때도 많은 직원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상납을 했을 것이다.

"사장님 잘 좀 부탁 드립니다.. 올해도 부디..."

"허허 이 친구 뭐 이런 걸다...."

불법 축재의 달인. 비록 올 해 난 그의 집에 상납을 올 자격은 없다. 그리고 난 그에게 아부를 떨 생각도 없다. 그 동안 받았던 인간 이하의 대우를 단 한 번에 되 갚아 줄 것이다.

지난 날. 수행기사 역할도 했던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의 집을 드나 들면서 유심히 봐었던 장소가 하나 있었다. 일명 개 구멍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성벽의 헛점. 난 그 곳을 공략했다. 현대판 스쿠르지 영감이라고 볼 수 있는 김 사장 집 외벽 중에 보수 공사가 필요한 공간이 있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사람들은 모르는 공간이지만 난 알고 있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었던 김 사장이 이 곳 보수를 나한테 맡겼었기 때문이다. 휴...또 울컥한다. 하지만 이 경험이 있었기에 난 그의 뒷통수를 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의 집 마당에 들어섰다. 발걸음 폭을 줄이고 최대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건물 벽에 몸을 밀착해서 창문 쪽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내밀어 안을 들여다 본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다. 후라이 팬안을 들여다 보며 전을 부치고 있는 악덕사장. 그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 차 있다. 그래....실 컷 웃어라. 너는 조금 뒤에 반드시 내게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내 정보가 틀리지 않다면 분명히 오 분정도 후에 회사직원 이 과장이 상납하러 올 것이다.
내 몇 년동안 쌓아 온 지식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히 이 과장을 보러 혼자 집을 나설 것이고 혼자가 된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기회가 그 때다.

"띵 동 띵 동~~~"

역시!!! 왔다. 이 과장일 것이다 . 분명... 

"철컥"

현관문이 열린다. 슬리퍼를 신고 마당으로 나오는 김 사장이다. 역시 혼자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아니다.이과장이 왔다면 지금 부터 그 위로 서차장 신 부장까지 차례로 이 집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래 빨리 볼 일을 보고 떠나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과장이 집으로 들어 온다. 뭐지? 왜 그냥 돌아가지 않는 거야? 말도 안된다. 이 빌어먹을 김사장이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왜 일까? 하지만 그 뒤에 도착한 서차장 신부장도 모두 집 안으로 들인다. 이런 내일 하늘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 일어나다니!!!

더 욱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황대리 윤대리 강 대리 게다가 사원들 까지.....모두가 그 집안으로 초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맛있게 차려진 명절 음식들을 놓고 한 테이블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안에서 하나의 울타리 속에 있고, 난 밖에서 혼자다. 그들은 즐겁고 난 괴롭다. 내가 입사한 이래로 이런 적이 있었던가? 속에서 부터 끓어 오르는 분노가 폭발 일 보직전까지 차 올랐다. 애초 계획은 용서를 구하는 거 였다. 하지만 지금의 내 감정 컨트롤 상 난 그를 마주하면 죽일 것 같다.

'죽여 버리고 싶다. 죽여 버리고 싶다. 죽인다. 죽일 거야.........'

그들이 돌아갈 때 까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혹시나 싶어 안 주머니에 챙겼던 부엌 식칼을 쥔다.

"으아아아아악!!!"

난 현관이 아닌 마루 창문을 열어 제낀다. 

"야 이 개XX야!!!!"

예기치 못한 나의 등장에 김사장 그리고 회사 직원들이 나를 쳐다 볼 뿐 전혀 놀라지 않는다. 그리고 김사장의 입에서 흘러 내온 한 마디에 난 어이를 상실한다.

"어~~은상 군 칼 들김에 부엌에 가서 과일들 좀 내와."

칼을 든 나를 보고도 김 사장에게서  긴장감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그의 심정은 이런 것일까?

"어디서 주인한테 이빨을 드러내? 이 똥개XX가!!"

그런데 뭐지....난 왜 부엌으로 향해 과일들을 자르고 있는 걸까? 내 분노.....내 결심은 어디 간 것이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난 회사 직원들이 먹을 후식들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일해야 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갔다. 난 김사장의 부엌에서 그의 부인과 자식들 대신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은상 군 설거지 다 하면 밖으로 나오게..."

"네...사장님....."

사장님이라고? 도대체 난 이 곳에 왜 온 것일까.....나도 모르게 수북히 쌓인 그릇들을 바라보면 한숨을 쉰다.




"그래 은상 군... 무슨 일이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는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묻는 김사장이었다.

"저....그게....그러니까......"

아차.....내 칼.....설거지에 너무 정신이 팔려 그 칼도 씻어 버렸다. 제길.....하지만 강하게 밀어 붙혀야 한다.
난 할 수 있다. 반드시 놈의 사과를 얻어낸다.

"여기 왜 왔냐고!!!"

그 순간 김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고함을 내 뱉는다. 그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무릎에 힘이 풀리며 김사장의
바지를 붙잡는다.

"사장님...제발 살려 주십시오.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다시 저를 복직 시켜 주신다면 이 한 몸 불싸르겠습니다.제발....."

그의 고함 소리 한 번에 내 뒷목 어딘가에서 전류가 방출되며  나를 감전 시킨다.
미쳐 잊고 있었다. 그가 절대 동요하지 않고 여유를 부린 이유.
그렇다. 사장과 직원. 주인과 노예.
내 목 어딘가에 부착된 캡슐.
그것은 내 주인의 음성에 의해 컨트롤 되는
올가미였다.

애시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 였는지도 모른다.
가진자들의 네트워크가 구축된 2055년. 그들에게 밑 보이면 살아갈 수 없다.
오로지 복종하는 것이 지금의 세계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30년. 가진자들의 의해 부활한 노예법과 통치수단으로 개발된
내장용 칩.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의 민주주의의 정당성.
그 것은 그들에게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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