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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Dec 08.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바위로 계란치기는 참 쉽다.

자면 좀 나아졌음 좋겠다.

눈을 떳을 때 지금의 기억이 사라지거나

벗어날 수 없다면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의

건강상태라도 되찾고 싶은 심정이다.


이 곳에 오게 된지도

어느덧 오 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 때 다른 제안에 싸인을 할 걸 그랬다.


"음.당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거죠?"


남자는 고민에 잠기는 듯 했다.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 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 불가능 하다...한 마디로 배째라..이 말이죠?뭐 좋습니다.기정씨 운동선수 출신이라

보이는 곳...안 보이는 곳! 전부 건강할테고..

가족력도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남자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문서를 하나 건넸다.


"단기코스냐...장기코스냐...잘 선택 바랍니다."


문서의 내용을 읽어 본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단기 코스는 말 그대로

배를 째서 장기를 적출하는 것.

나는 후자인 장기에 걸쳐 노동을 통해

빚을 갚는 방법에 동의했다.


섬..


지도상에 존재하는 곳인지도 모를

이 곳.

밥 먹는 시간 한 시간

점심 저녁을 합친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죽어라 일한다.

벽돌을 나르고 삽질을 하고,

퍼내고 메우고,

이 곳에서 유일하게 입을 여는 한 사람.

감독관이 채찍을 휘두르며 외친다.


"시간이 없다.시간 내에 완성하지 못하면

끝장이다."


난 문득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본다.

까마득히 보이는 땅.

넓게 펼쳐진 바다.

오 년동안 쉬지않고 일한 우리들.

이 곳은 지상에서 오 백미터 위...

탑...


그리고 그 옆을 보면

우리가 짓고 있는 탑보다

훨씬 크고 높은 탑을 짓고 있는

최신기계들의 움직임.


목표는 천 미터.

우리는 오로지 인력으로만 쌓아 올리는 상황.

그들보다

한정된 시간내에 탑을 완성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의 목숨은....


제길...단기코스나 장기코스나

결국 죽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우리가 무슨 수로 저들의 움직임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더 빨라지고 정교해지는 반면

 쌓이는 피로에 속도는 더디어져 간다.


안전장치도 없다.

간혹 발을 헛디뎌 밑으로 추락하는 이들도

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땐

절대 저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 겠다 싶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삶을 마감하는 그들이 부럽다.


"크아앗..."


따갑다 못해 화상에 데인 듯 뜨거운 고통이 등줄기에 전해진다.


"움직여! 딴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어딨나? 빨리 빨리 쌓아올려!"


이를 악물고 벽돌을 나른다.

그런데 자꾸만 힘이 빠져 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옆에 있는 탑의 높이는

따라 잡을 수 없을 차이로 벌어진다.


한계다. 이제는...

죽을 힘을 다한들 그들을 이길수는 없을 것 같다라는...

애시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토록 발버둥 쳤을까?


"움직이라니까! 일하라고!"


감독관의 채찍질.

난 그대로 몸으로 받아낸다.

그리고 난 감독관을 향해 외쳤다.


"한계 입니다.저도 노력 했지만...

이제는 알겠네요. 지난 날 자신의 몸을 저 땅 밑으로 내던진 그들이 실수가 아니였다는 사실을"


아래로 떨어지는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건너편 탑.

어이없게 웃음이 나왔다.


지난 오 년동안

악으로 버티고 오로지 해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텼것만...


이 거대한 탑...

애시당초 우리들이

그들과 승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됐다.




뉴스 속보 입니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롤 모델로 성장했던

삼천기업이 파산을 신청 했습니다.

심화된 경쟁과 외부 환경의 악재 속에서.....

....대표 심기정씨는 그의 자택 뒷산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더 큰 충격으로...


뉴스를 보고있던

남자.


"그러게 내 처음 제안 했을 때

회사를 넘겼으면 좋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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