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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Dec 15. 2015

기적은 한 줄로 부터...

홀로 사는 인생

                                                                                                                                                         

우선 내가 살아야 다른 사람도 도와 줄 수 있는 거야.

지난 날 친구의 충고가 몸서리치게 와닿는 오늘 이군.

과거 사람들은 나를 기부천사라고 불렀어.
내 손이, 내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거든.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어린시절 지독한 가난을 경험해 본 나였기에 가난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건지
알고 있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자선단체에 들어갔지.
그리고 지금까지 줄 곧 물신양면으로 그들의 수발이 되어 왔었지.

본격적으로 
기부천사라는 타이틀을 얻어낸 건 
사업체의 대표로 한참 왕성한 활동을 하던 40대.
그 때는 내 인생의 황금기였어.
옷장 속 어느 주머니를 뒤져도 현금이 쏟아져 나 올만큼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상태였으니까.

"희망물산 대표 도무산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1억원의 성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손이 닿는 곳
내가 알고 있는 자선단체라면 주저없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지.
가족없이 홀로 자랐고 
결혼도 하지 않은 홀 몸.
나 역시도 몹시도 외로운 상태였지만
사회에서 버려진 그들....

돈에게 부름을 받지 못한 채 외면당한 이들이 느낄 박탈감....

그들에게 최대한 희망을 주고 싶었던 
내 본연의 의지로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사장님....그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요...언제 어떻게 경제흐름이 변할 지 모르는데...
차라리 그 돈을 회사 사내 유보금으로....
저는 적극적으로 사장님의 뜻에 반대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 때 뿐이라니까요....정말 후회하실 거에요"

"내가 누군가를 돕는데 있어 내가 그만한 보상을 원한다면 그건 진정한 기부가 아니야.
걱정말게 내 원해서 하는 일이니..."

운영하던 사업체도 안전궤도를 그리고 
모든 삶이 순조롭게 느껴지던 그 때.
난 한가지 큰 결심을 했었던 거야.
내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 하기로...

300억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한  개인자산은 300억이었어.
고아로 자라서 이 정도의 부를 쌓았다는 것.
난 정말 큰 성공을 내 손으로 일구어 낸 사람이었지.
내가 이 돈을 서슴없이 내 놓는 데는 
다른 이유가 없다.

나 같이 불행한 삶을 살아 온 사람들도 사회에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이 돈으로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
......
................

기부천사
그리고 300억......
어느 순간부터 내게 되돌아 온 말들...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식이더군

"아이쿠 300억 기부천사님...."

내 업적(?)을 칭찬하는 말이 아니었지.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전 재산이랑 기부천사라는 타이틀이랑 바꾼 멍청한 놈이란 소리였다.

참 인생이 아이러니 한 게 말야.
내가 사회 환원을 결심하고 얼마 안 있어 
내 회사가 속한 산업군이 제대로 불황을 타기 시작 하더군....
인생이 참 허무하더군...

알잖아 당신들도...
언덕을 오를 때는 한 발 한 발 최선과 정성을 다해 오르고 정상에 서서 그 기쁨을 만끽하지.
하지만 내려올 때는 말야.
낙하산도 브레이크도 의미가 없어....


"쿨럭 쿨럭...."

폐의 병이 점점 짙어 지는 군....
유난히 오늘따라 집안 외풍도 심하게 느껴지고...
마음도 쓰리고 속도 쓰리고....
몸도 성한데 없이 아프고 말야...
그런데 
이런 내 몸 상태보다 진짜 슬프고 씁쓸한 건...

내가 사회에 뿌린 희망의 씨앗들.
그 수 많은 씨앗들이 내게는
 한 낱 희망에 불과 했다는 거야.

물론 되돌아 올 것을 바라고 한 기부가 아니야.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도 후회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
그게 나를 너무 슬프게 해.

내 도움이 끊기자 
그렇게 수 십년 원조받던 단체들의 행동도 변하더군.

하하하
 재밌는 건
지금 내 모습이 과거 내가 돕고자 했던 이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돕던 단체들이 더더욱 몸집을 불려 
거대해 졌다는 거....

춥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립다...내 희망의 씨앗들이....
난 아마도 아무도 모르게 ...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이 골방.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를 죽음을
홀로 맞이하게 되겠지...

애초에 혼자였던 인생이었지만
갈 때도 홀로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야...


행여나  내가 죽고 사람들이  소식을 접한다면
기부천사 도무산이 아닌
독거노인 도모씨의 쓸쓸한 죽음이라 알려 질거야....

난 그 사실이 너무나 
슬프다.

사회에 전 재산을 환원하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시고 있는....
혹은 
홀로 죽음을 맞으신 그 분들께 
관심을 가져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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